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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와 멀어진 주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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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와 멀어진 주민소환제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12.1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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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포항시의회 의원 주민소환 투표를 1주일을 앞두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지역에는 주민들간 갈등 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후유증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 것 같다. 이웃을 믿지 못하고, 내 편이 아니면 ‘백안시’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이러한 주민 간 갈등 현상에는 반드시 사회적 손실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쯤 되면 SRF 반대 어머니회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해당 시의원들이 주민소환에 이를 만큼 분명한 잘못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분명 오천읍의 선거권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볼 때 크게 공감하기 힘들다.

물론 SRF시설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찌 됐건 포항시가 이 사업을 추진한 시기가 13년 전부터였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완공해 이미 가동 중인 시설에 대한 그 책임을 지역 시의원에게 묻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들 시의원도 지금껏 강 넌 너 불구경하듯 한 사람들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시 의원 3명 중 더불어민주당은 쏙 뺀 체 자유한국당 의원 2명만을 끌어내려 오천읍에 무슨 좋은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익이 하나도 없을 법도 한데 그들은 왜 이리 시의원들을 끌어 내리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만약 이번 주민소환 투표에서 인용이 되든 아니든 어떤 경우든 피해자는 오천읍민이 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가정해 보면 지역사회 발전의 동력상실은 자명한 일이다. 재선거 등에 따른 사회적 혼란 또한 감수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라도 주민 간 갈등에 의한 후유증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손실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주민소환은 오천읍 주민들이 원하던 주민소환 취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주민소환의 명분은 오간 데 없기 때문이다.

다시 봐도 정치적이다. 더구나 이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은 일반 주부들이나 범인들의 행동이 아니다. 대단히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외부 세력 개입의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번 주민소환을 주도한 SRF 반대 어머니회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이미 많은 주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특정정당의 당원인 사람이 지난해 지방선거에 오천 시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선거구를 옮겨 연일·상대동 경북도의원에 출마해 낙선한 이후 최근까지 오천을 떠나 있다 SRF 반대 선거본부 개소식 전후로 반 대위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번 주민소환을 주도한 세력들의 저간에는 특정정당의 야심이 꽈리를 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각종 SNS에 전문적으로 글을 퍼 나르는 사람부터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까지 모 당의 당원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에 그 말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번 주민소환이 정치적이라는 흔적은 또 있다. 어머니회가 주최한 선거운동 본부 개소식이 지난 1일 오후 4시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 원동3지구 근린공원에서 열렸다.

지난달 27일 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 의원 2명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한 '오천 SRF 반대 어머니회'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이러한 항간의 소문이 사실처럼 들린다. 지역 출신 도의원은 그렇다 치고, 같은 당 김천시 의원이 참석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김천시 의원이 언제부터 포항에 관심을 두었던 적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힘을 실어주긴 해야 하겠는데 지역에서 차기 총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인물이나, 그를 돕고 있는 사람이 참석할 경우 구설에 휘말릴 수 있기에 멀리 김천의 시의원이지만 급히 동원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오천 SRF 반대 어머니회'에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인 동의 내지는 지지를 표시함으로써 표도 지키고 명분도 쌓는 그야말로 계획된 동원이라는 것이다. 당일 개소식에서는 자유한국당 출신의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어머니회가 아예 초청하지 않은 것인지 초청을 받고도 가지 않은 것인지, 가지 않았다면 왜 가지 않았는지도 궁금해진다. 이래서 정치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천 지역구 시의원 3명이 중 특정정당 의원만 주민소환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의심해볼 만 하다. 나아가 어머니회의 차량 연설도 예사롭지 않다. 2명의 시의원을 낙마시킨 뒤 더 똑똑하고 유능한 시의원을 다시 뽑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오천 SRF 반대 어머니회' 관계자가 차기 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비록 주민소환을 반대하는 편에서 나온 이야기라고는 하나 예사롭지 않다.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18일을 향한 시간은 멈출 수 없다. 인용이든 부결이든 이제 갈등 치유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든 갈등을 털어버리고 서로의 열정을 주민화합과 포항시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고, 서로의 노력을 사회 통합의 발판으로 만들어갈 준비를 할 때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주민투표를 치르는 만큼 SRF 시설로 인한 논쟁을 비롯한 주민 간 대립과 갈등은 이번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끝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포항 발전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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