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산불방지 일원화 논쟁과 현장
상태바
산불방지 일원화 논쟁과 현장
  •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
  • 승인 2018.01.31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난이 잇따르고 있다. 금년 1월초 제천에 이어 지난주 밀양 병원 화재가 또 발생했다.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서 안타깝다. 피해규모가 상당한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논의가 분분하다. 대처가 올바르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상황지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또한 짧은 시기에 해결방안이 제시된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방안들이 종종 조삼모사와 같이 생각되고 반복되는 재난대처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4년과 2015년 산림청 중앙산불상황실에서 전국 산불발생시 상황관리를 담당한 바 있다. 또한 2017년부터 현장에서 구성된 시군 산불대책본부의 산불진화 지휘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바람직한 재난관리 원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 국가차원에서 학계 전문가를 모아놓고 산불방재 업무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실시되고 있다. 작년 5월의 강원도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의 동시다발 산불발생 이후 산불 대응체계에 대한 검토가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에 대응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다. 산불현장통합대책본부장으로서 지자체장의 재난관리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진화대책 수립과 진화반 편성, 주민대피, 치안유지 등 산림부서, 소방서, 경찰서 등 유관기관의 공조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기적인 공조를 끌어내야 한다. 통합지휘체계 내에서 산림부서는 산불예방과 진화를 소방분야에서는 민가주변 보호와 산불진화 협조, 경찰은 치안유지 등 각 부서가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대책본부 체계에서 각 부서들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대책본부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추가적인 자원조달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삼척 도계에서 발생한 산불을 현장에서 지휘한 삼척시장을 일전에 만났는데 산불현장 지휘에 대해 의미있는 경험담을 이야기 하였다. “산불이 발생하여 진행되는 단계에서 소방차가 산림을 가로지르는 건의령 지방도에 배치되었다면 피해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2015년 10월 ‘제6차 세계산불총회’에서 대형산불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지체계인 산불통합관리체계(IMF)가 제시되었다. 산불통합관리체계란 산림분야의 전문성에 기반해 산불예방→진화→복구를 하나의 세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리기법을 말한다. 이것이 산불관리의 세계적인 패러다임이다.

산불현장의 통합대책본부가 원활하게 운영 된 사례는 올해 1월 14일 일요일 저녁에 발생한 양양군 화일리 산불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일 야간인데다 연초라서 산불진화인력을 선발하기 전이라 산불진화 인력이 부족하였다. 하지만 소방서의 초기 신고접수 이후 산불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라 산불상황실 가동, 공무원 중심의 진화인력 편성 투입, 주민 대피, 산불상황 언론 홍보 등 체계적인 지휘체계가 이루어진 것으로 가된다. 특히 산불현장에서 지자체와 지방산림청 산림부서장의 브리핑 실시와 일사분란한 지휘에 따라 유관기관 간 산불진화 공조체계를 끝까지 유지하여 산불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현재 산불관리 일원화와 관련하여 논의되는 주요내용은 산림청과 소방방재청 중 어느기관이 산불상황 관리에 효율적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재난관리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현장지휘를 감안하면 탁상공론 일 수 있다. 산림부소와 소방부서는 재난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시장ㆍ군수를 지원하고 협조하는 기관으로 봐야 한다. 제도개편의 중심에 산불현장 대책본부의 작동여부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평소 지역산림을 관리하고 산불예방ㆍ진화, 산림복구를 맡고 있는 지자체장의 권한과 산불현장에서의 지휘권을 현재와 같이 존중해야 한다.
 
올해는 세계적 행사인 동계올림픽과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 등 국가적 행사에 따른 산불경각심과 산불대응 태세 이완이 우려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봄철산불기간을 일주일 앞당기고, 동계올림픽 권역에 헬기를 전진배치 하는 등 산불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대비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동시에 푸른숲을 미래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산불관리체계가 전향적인 방향으로 정비되길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