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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마칠 무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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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마칠 무렵에서
  • 승인 2018.06.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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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과 김정애 주무관

 

 

숙종(1712년)때 일본에 건너간 조선통신사는 거리에서 팔리는 책을 보고 급히 이를 조정에 알린다. 그 책이 바로

 

서애 류성룡이 지은 징비록이었기 때문이다. 숙종은 급히 징비록의 유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징비는 <시경>에 나오는 '予其懲 而毖後患 여기징 이비후환‘ 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류성룡은 왜란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다시는 전란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징비록을 남겼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본에서 널리 읽혀진 것과 달리 징비록은 조선에선 잊혀졌다.

 

왜란이 끝나고 30여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왜란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않은, 징비정신을 망각한 결과였다. 징비정신이 잊혀진 조선에는 전국적으로 의병활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의병이 되었던 백성들이 더 이상 조선왕조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사적 훈련도, 정치적 시스템도 전쟁에 능숙히 대응할 만큼 갖추지 못했다.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징비정신’의 시작이다. 보훈공무원으로서 첫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면서 ‘징비정신’의 시작을 떠올렸다. 68번째 맞는 현충일은 19년 만에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뿐만 아니라 무연고, 의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순직공무원 등의 묘역이 있는 곳이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 이름으로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가에 믿음을 갖게 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에는 추모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무연고 묘지를 참배했다. 6.25전쟁 68주년 기념식에선 ‘군번 없는 군인’이 공연되었다. 공연을 통해 군인 신분이 아님에도 나라를 위해 전장에 뛰어들었던 여군의용대, 학도병 등을 추모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제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8일 국가보훈위원회는 ‘여성·학생·의병에 관한 독립유공자 선정기준을 완화하는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사회특성상 관련기록이 적은 것을 감안해 직·간접자료로도 독립운동 사실을 인정받으면 포상이 가능해졌다.

우리 서울북부지청에서도 6월의 현충시설로 ‘심우장’을 선정해 자체적으로 사업과 행사를 진행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훈 피에스타 행사를 비롯해 모범국가유공자 자체 포상 전수식, 태극. 을지무공수훈자 위문을 실시했다. 따뜻한 보훈 아나바다 장터와 국가유공자 행복한마당도 열렸다. 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던 여러 행사와 기념식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우리는 왜란을 겪고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일제치하를 겪고도 분단과 6.25를 피하지 못했다. 호국보훈이 바탕이 된 이러한 노력은 아픈 역사를 반복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도래할때, 징비정신이 완성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2월 신입교육 중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충탑에 쓰여진 노상 이은상 선생의 헌시가 떠오른다.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해와 달이 이 과거의 언덕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모습으로 한반도에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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