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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피해입은 동물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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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피해입은 동물에게도 관심을 가졌으면
  • 김덕유 강원 속초시 조광동물병원 원장
  • 승인 2019.05.0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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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김덕유 강원 속초시 조광동물병원 원장>

지난달 4일 속초, 고성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 달을 넘어서고 있지만 곳곳에서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상처는 여전히 치유중이다.
 
특히 화마가 순식간에 덮치면서 소와 오리 등의 가축과 개 같은 동물들의 피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물들을 무료로 치료해 왔던 나는 말 못하는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과연 피해 입은 동물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들이 입은 표면에 상처는 어느 정도 치료했을지언정 후유증까지 말끔히 치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지난달 4일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 시내를 한 순간에 집어삼킬 듯 화마는 빠른 속도로 번지자 딸아이와 장모님을 안전곳에 피신시키고 나는 다시 거주하는 아파트로 발길을 재촉했다.
 
저만치 불길이 시내 아파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아파트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아파트 관계자와 몇 안되는 입주민만이 아파트를 지키겠다고 모여 있었다.
 
불길이 있는 곳까지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뿌리며 불과의 사투벌인지 몇시간 후 완전히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시각은 새벽 4시경 바쁘고 무섭고 힘든 하루였다.
 
아침 8시경 한통의 전화가 왔다. 화마로 쑥대밭이 된 속초시 장천마을에 소들이 화상이 심하여 구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공무원들과 장천마을에 갔을 때 마치 전쟁의 포화로 마을이 온통 불타버린 후의 모습이랄까. 화상이 심해 겨우 숨만 붙어있는 소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너무 안타까웠다. 나머지 4마리 소 또한 연기와 화염을 많이 마셔 호흡이 거칠었다.

 

마을 이곳 저곳의 축사를 돌며 정신없이 순회진료를 해주었다.

 

한집은 닭과 오리 100여마리가 모두 폐사했다. 또 다른 집은 불길이 축사를 빗겨가는 행운으로 50-60여두의 소가 모두 무사했다. 참 다행이었다.
 
오전 순회진료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와보니 화상입은 개가 와 있었고 겨우 숨만 붙어있었다.또  산불현장에서 발견된 고양이 한마리는 화상이 심해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화상을 입은 개는 기본적 처치와 진료를 해주었으나 상처가 깊어 회복을 하지 못하고 다음날 폐사했다.

 

무료진료를 원칙으로 화상입은 아이들을 치료해주는 것은 예전과 다름없이 시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힘없는 동물.

 

누군가 돌봐주지 않는 다면 헐벗고 굶주리고 고통받아야하는 동물
 
인간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었지만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 아이들에 대한 구원의 손길은 미흡하기만 했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불구덩이에서 어디로 피신해야할지 몰라 엄청난 공포로 우왕좌왕하다 화상을 입은 아이들.
 
그나마 죽지않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크고 작은 화상으로 그날의 공포를 흔적으로 갖고 있다.
 
불을 피해 뛰쳐나온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다행이 구조자들에 의해 구조되어 병원에 오면 치료라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고통속에서 쓸쓸히 죽어가야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산불피해 보상을 요구하지만 말 못하는 아이들은 그런 피해보상을 요구하지도 못한다.

단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를 원할 뿐이다.
 
이번 산불에서는 상처입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먼 뒷전인 모습을 지켜볼 때 수의사로서 씁쓸하기만 하다.
 
여러 언론에서 화재로 인한 동물진료 취재를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고통받는 아이들을 안량한 상술로 전락케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형식적이고 다른 이의 눈치를 보며 행하는 비양심적인 수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

 

화재로 인한 아이들의 치료 건수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돈이 지불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 화재로 인해 치료해주다보면 다른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런 부분에 거절을 하면 어차피 정부에서 보상이 나오는 거 아니냐며 다그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면 이 땅위에 고통받는 모든 동물들을 위해 뼈 속까지 수의사이고 싶었던 나였지만 때때로 회의가 들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화상을 입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신 동물자유연대분들, 화상입어 떠도는 아이를 데리고 와 주신 많은 분들, 고성농업기술센터와 속초농업기술센터의 공직자 등 모두 고마우신분들이고 감사드린다.
 
아울러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물들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동물들에게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도 함께 싹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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