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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틀림이 아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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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틀림이 아닌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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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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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경기 동두천시 불현동 행정복지센터

필자는 2017년 12월 시험을 치르고, 지난 해 2월 말 발령을 받아, 이제 약 1년 6개월 간 공직생활을 해왔다. 이제는 신규자라 하긴 좀 어색한 느낌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실수투성이의 부족한 공직자인 것 같다. 필자는 10개월 만에 시청 민원봉사과에서 전보 발령이 나서 지금은 불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아직 첫 발령지에서 근무 중인 동기들에 비하면 조금은 이른 전보였지만, 이른 전보 덕에 좀 더 성장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아직 전보 발령이 나지 않은 동기들에 비하면, 업무가 계속 바뀌고 새로운 환경, 사람에 다시 적응하는 것을 일찍 경험한 것 같다.

 

약 1년 반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달라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사람도 환경도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라 시행착오도 겪었다. 내가 관공서를 방문할 때의 태도와 내가 맞닥뜨린 민원인의 태도가 다른 것도 많이 접하며, 세상은 내 맘 같지만은 않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특히, 필자는 여권접수부터 현재까지 통합민원창구에서 근무하는 소위 민원대에서 일하기에,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 내 업무의 90%이상이다.

 

요즘 민원인들은 관공서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나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필요를 충족 받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도를 지나치는 민원인들도 많다. 본인이 떼는 서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와서는 네가 알아서 떼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이것을 달라고 해서 이것을 줬더니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생떼부리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는 처음에 내가 공직에 발을 내딛을 때 했던 좋은 공무원이 되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한숨이 푹 쉬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옆의 사회복지 업무 쪽에서는 큰소리 나는 때도 잦고, 막무가내인 민원인도 많다. 그럴 때마다 경찰을 부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을 보며, 공무원이 무조건 모든 것을 받아 줄 수만도 없다는 생각도 한다.

 

세상에는 틀림이 있고, 다름이 있다. 아직 세상을 오래 살지도 않았고, 공직경험도 적은 내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공서에서 자신의 요구만 들어달라며, 다른 민원인에게까지 피해주는 것은 틀린 것 같다. 그럴 때 공무원이 어떻게 마냥 친절할 수만 있을까...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분식집에 간 일이 있다. 그때,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던 민원인이 열심히 튀김을 튀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행정복지센터에 오면 민원인이지만, 그 곳에서 그 분은 직장인이었다. 내 기억에 참 많은 것을 “까다롭게”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하고 있는 뒷모습을 보니 왠지 짠했다. 저분이 그래도 당당하게 들어와 무언가를 이것저것 요구할 수 있는 곳은 관공서뿐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쨌든 친절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잡았다. 그래도 인간이기에 늘 친절할 수만도 없고, 힘들 때도 있지만, 민원인은 결코 공무원을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민원인에게 친절한 것도 중요하지만, 민원인 에티켓도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민원인도 민원인 나름일 것이다. 각자의 마인드가 다르기에, 모든 사람에게 에티켓이 통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이기에 관이라는 존재는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아야 할까...때로는 공무원들끼리도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몰이해로 다름을 틀렸다고 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사이가 좋아야 그 안에서 친절도 나올 것이다. 민원인이 관을 이해하기보다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테니 말이다. 다름과 틀림을 현명하게 구분하고 행동할 때, 우리 안에서 친절이 자연스레 흘러나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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