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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춘천인형극제의 주장 선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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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춘천인형극제의 주장 선후가 바뀌었다
  • 이승희/ 지방부기자, 춘천담당
  • 승인 2015.01.2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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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인형극장 운영권과 관련 춘천시와 춘천인형극제 간 갈등을 빚고 있다.이재수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은 19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형극장 위탁 운영권을 돌려달라"라고 요구하면서 "극장 운영 예산 편성과 시설 사용허가 및 계획 수립, 프로그램 운영 권한 등을 시 문화재단에서 춘천인형극제로 재이관해야 한다", "인형극장은 26년 인형극제 존립을 위한 필수 공간으로 극장이 없으면 축제도 없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이러한 인형극제의 주장에 대해 시는 이 이사장의 회견을 축제를 담보로 특정인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치부하고 있다.그간 시는 인형극장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인형극장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이를 수용하고 이행하는 대신 이사회 승인도 없이 외부로 부터 빚을 내 운영비로 사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을 해 왔고, 직원들 인건비까지 채불되는 등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시로부터 인형극장 운영권을 수탁 받은 춘천시문화재단에서 2012년부터 직영하기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실 이러한 갈등은 이미 이재수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이 이사장은 작년 9월 취임 후 가진 춘천 CBS 시사프로그램인 '포커스 937 목요초대석'에 출연해 문화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강조하면서 행정의 간섭이 인형극제 같은 문화축제의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적한바 있다. 당시 이 이사장은 "전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이 떠나고 예산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등 춘천을 대표하는 마임과 인형극 등이 위기를 맞은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며 "문화 예술의 첫번째 자존감은 자율성인데 그것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의 자율성을 무너뜨린 가장 큰 이유는 행정의 간섭인데, 예술인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춘천시가 문화재단을 운영하면서 문화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며 "최동용 춘천시장이 이 문제를 바로 잡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위기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이 이사장의 주장대로 문화의 자율성만으로도 축제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조직도 문제없이 운영된다면 애초부터 이러한 갈등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 축제가 그렇듯이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자존감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수 있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기획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축제가 대중에게 외면당하고 홀대받는 위기를 맞은 것은 행정의 간섭도 아니요, 시 문화재단이 있어서도 아닌 축제가 대중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형축제와 인형극장을 공동운명체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인형극장은 지역 문화인프라의 한축으로 보아야지 인형축제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며 되어서도 안된다. 이러한 인형극장을 두고 축제의 존폐문제를 언급한 것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나친 발언이다. 이는 인형극제 이사장의 발언이기 보다는 정치인의 발언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시의 문화재단이 행정 간섭의 통로라고 단정하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문화재단은 축제 뿐만 아니라 시민들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을 주최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이러한 문화재단이라도 있어야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있는 문화예산이라도 지킬 수 있으며 소외받는 문화인들의 소통창구도 되는 것이다. 이 이사장의 시각대로 시는 지원만 하고 모든 집행은 순수민간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일수도 있으나 이는 모든 문화예술단체들이 역량있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예산감사라도 행정간섭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이번 이재수 이사장의 춘천인형극장 운영권과 관련된 기자회견은 여러 이유로 선후가 바뀐 느낌이다. 취임 후 첫 회견이 인형극장 운영권과 같은 이권이 아닌 인형극에 대한 근본적인 현실인식과 이에 대한 대안강구 등이 먼저여야 했다. 또한 인형극장에 운영에 대해서도 운영권이 아니라 파격적이며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수립, 이를 두고 시와 토론하고 대립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식의 일방적 통보식 주장으로는 주장의 타당성을 담보 받을 수 없다. 지금은 운영권을 논할 때가 아니라 인형축제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갈 때이다. ‘극장이 없으면 축제도 없는 것과 다름없다’와 같은 최후의 카드는 인형축제가 인형극제의 노력으로 모든 시민들이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는축제로 올라서는 날 당당하게 춘천시를 향해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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