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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질극에 끌려다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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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질극에 끌려다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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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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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시신이 지난 27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까지 옮겨졌다가 영안실로 돌려보내져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일부 언론매체는 시신 부패로 인해 기내반입이 거부돼 결국 시신을 화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비공개 협상이 난항에 부딪쳐 북한으로 이송되려다 중단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더 실려 보인다. 28일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와 중국보(中國報) 등 말레이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의 시신은 전날 오후 5시 30분까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운송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9시 15분께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김정남 시신은 당일 밤 중국으로 옮겨져 다시 북한으로 이송될 것으로 관측됐다가 이런 계획이 무산됐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는 기술적 원인 때문에 시신 운송이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부패로 이한 악취로 항공사 측이 운송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말레이 정부가 김정남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반면 같은 중국어 매체인 동방일보(東方日報)는 보건부 당국자를 인용해 "부검의들이 김정남의 시신에 대한 추가 방부처리 필요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말레이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현지 매체들의 보도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협상 내용을 27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끝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련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지 언론 보도의 골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내 억류 자국민 9명의 귀환을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고 출국 금지된 북한인 사건 연루자 3명의 출국도 보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이 사건 연루자 3명이 은신 중인 현지 대사관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방문 조사를 거부해오다 지난 26일 돌연 대사관 문을 열었다. 이를 놓고 양측 간 협상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때문에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협상이 막판에 난항을 겪어 시신 인도가 중단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8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있다"면서 "완전한 해법이 도출될 때까지 시신을 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의 시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협의할 유가족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시신을 북측에 넘기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여러 차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북한대사까지 추방했다. 이에 북한은 북한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들을 사실상 억류하는 출국 금지 조치를 했고,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북한대사관 직원과 관계자들의 출국 금지로 맞섰다. 단교 직전까지 갔던 양국은 최근 비공개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김정남의 시신은 북한에 인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남의 유가족이 여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억류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길 경우 결과적으로 북한의 '인질극'에 굴복하는 꼴이 된다. 국제적으로 또다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직계 가족의 시신 인수 포기 의사를 간접적으로라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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