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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 화재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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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 화재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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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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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최근 잇단 대형 화재를 목격한 소방당국과 시민들은 순간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다행히 소방당국과 병원 측이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환자들을 대피시켜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 화재 대응시설도 정상 작동해 피해를 줄였다. 불은 오전 7시 56분 병원 본관 3층 건물 오른쪽 5번 게이트 천장에서 발생했다. 8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0여분 만인 오전 8시 11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이어 오전 8시 45분께 '2∼5개 소방서의 소방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단계로 상향,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현장에는 소방관 270명이 투입됐고, 80대에 달하는 소방차량도 긴급 출동했다. 화재 진화와 함께 중환자실 등 대피 취약구역 인명검색을 병행하던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11분 초기진화에 성공했고, 이어 오전 9시59분 완진을 선언했다. 병원 측은 평소 훈련을 통해 숙지한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라 발화지점 쪽 병동 환자들을 신속히 반대쪽 병동으로 이동시켰다. 화재 당시 응급실에 환자 31명이 있었으나 상태에 따라 퇴원 조치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 화재 발생지점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고, 건물 내 연기 확산을 막는 구획별 방화셔터도 내려져 인명피해를 막는 데 일조했다. 병원 내에는 어린이병원도 있었으나 건물이 분리돼 있어 피해는 없었다. 이날 화재로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300여명이 스스로 대피했고, 8명이 연기를 들이마셨으나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촌세브란스는 서울에서도 손꼽는 유명병원이다. 하지만 큰 병원이라고 해서 모두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연히 잘해야 하는 기관도 막상 일이 터지면 형편없이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병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걸리는 게 있다. 제천과 밀양 참사의 악몽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제천과 밀양에서 큰불이 나 70명의 시민이 생명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곳은 지방의 중소병원이었다. 현재까지 41명의 인명피해가 난 밀양 세종병원의 화인은 누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이 나고 벌어진 상황과 결과는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천양지차였다. 세종병원의 스프링클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초기진화는 어려웠다. 게다가 방화벽이 내려오지 않아 인체에 해로운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 사망자는 대부분 연기를 마시고 질식했다. 신촌세브란스 화재에서 별다른 인적 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밀양과 제천 화재를 되돌아보며 엄청난 인명피해의 참담함을 곱씹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하다.


정부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전국 기초·광역단체장 영상회의를 열어 대대적인 안전점검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 스스로 '국가안전 대진단'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서슬이 시퍼렇다. 올해 점검 대상 30만 곳 가운데 먼저 6만 곳을 위험시설로 분류해 4월 초순까지 두 달간 전수조사한다고 한다. 위험시설은 중소형병원·요양병원 6천643곳, 쪽방촌·고시원 8천387곳, 산후조리원·대형 목욕업소 2천979곳, 전통시장 205곳 등이다. 제천 화재가 터지고 곧바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이처럼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안전의 양극화' 문제다. 같은 의료기관인데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 신촌세브란스병원과 밀양 세종병원 사례를 세심히 들여다봤으면 한다. 시설의 관리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수시점검과 강력한 행정처분, 처벌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도중에 유야무야하지 않고 지속해서 하면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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