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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강경일변도의 태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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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강경일변도의 태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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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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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할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보내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평창 올림픽 계기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고위급 북미접촉'이 성사될지가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함으로써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펜스-김영남 접촉' 혹은 '조우' 성사 여부는 그 구상의 실현에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기에 정부는 막후에서 회동 성사를 위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김영남 카드'는 꺼져가는 듯 했던 평창 북미접촉의 동력을 살리는 데는 그나마 최상의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이 군부 인사가 아닌 외교 쪽 인사로 핵·미사일 개발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어 펜스 부통령이 접촉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그가 명목상이나마 북한의 '국가 수반' 역할을 하고 있고, 지난 2015년 12월 북한에서 김양건이 숨졌을 당시 국가장의원회 위원 명단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다음으로 호명되는 등 권력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과는 어느 정도 '급'도 맞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최휘 당 부위원장 등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사였다면 북미 접촉은 어려울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평창 계기에 북미접촉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서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올림픽 경기 전후로 북한 관리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 본인도 2일(현지시간) 미국 내 한 행사에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측은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우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상황이다.


북한이 김 상임위원장을 대표단 단장으로 보내는 데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많다. 실질적 이인자라는 최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대표단을 이끄는 데 정치적 논란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상임위원장은 '국가수반' 자격이어서 문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올림픽 외교무대와도 더 잘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헌법상 국가수반을 보내 세습 독재국가가 아니라 '정상국가'라는 점을 선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야 어떻든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것이 절실하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9일부터 2박 3일의 남한 체류 기간에 올림픽 개막식,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 북한예술단의 서울 국립극장 공연 등을 참관한다고 한다.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의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조우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그칠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따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방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북한도 너무 강한 태도로 일관하면 미북 관계나 남북관계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며 제재와 압박으로 치닫는 것은 북한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보와 협상의 결과가 핵·미사일의 본토 위협으로 나타난 마당에 미국도 무턱대고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김 상임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의 접촉을 의도했다면 올림픽 개막 전날의 건군절 열병식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온다. 건군절 열병식이라고 해서 첨단무기를 총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면 ICBM급 미사일은 빼놓고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예술단이 갑작스럽게 만경봉 92호를 이용하겠다고 통보해  5·24 조치 위반 논란을 일으킨 것도 아쉽다. 북측은 숙식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우리 측과 상의는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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