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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어떤 메시지 갖고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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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어떤 메시지 갖고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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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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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남측에 파견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기간 누구와 만나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언급하고 지난달 9일 고위급회담에서 '고위급 대표단 파견'에 남북이 합의한 이후 대표단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및 비핵화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고위급 대표단을 누가 이끌지는 상징성을 넘어 향후 한반도정세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김여정·최휘 당 부위원장·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이번 고위급대표단은 상징성과 실질적인 면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정상급' 인사로서 외국의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갖췄다면, 김여정은 '김정은의 대리인'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으로서 방남 기간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회담할 가능성이 크다. 최휘 당 부위원장은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라인업이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방남한 이른바 '실세 3인방'(황병서·최룡해·김양건)을 뛰어넘는 정치적 의미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여정을 보낸다는 것은 북한이 나름대로 베팅한 것"이라며 "김정은의 의중을 담아서 보낸다는 의미가 분명히 있는 것이며, 특히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대표단 일원으로 방남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이 이 기회에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메시지를 전달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가족인 김여정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만큼 무게감도 다르다는 평가다.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는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종료되고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될 이른바 '평창 이후'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대화를 넘어 북미대화까지 성사된다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구상이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비핵화는 없다'는 북한의 의지가 뚜렷한 상황에서 큰 국면 전환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014년 '실세 3인방'이 내려오면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펼쳐지나 했지만, 그 분위기가 얼마 가지 못한 전례도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세 3인방이 내려왔던)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되돌아보면 전반적인 거시적 변화는 없었다"면서 "김여정 방남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을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을 파견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체육행사이기 때문에 방남단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는 인사이기는 하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 인사로 '입국 금지' 대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굳이 논란을 피하고 싶었다면 체육계 인사를 대표해 김일국 체육상을 파견하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제재와 상관없이 정상국가이니 정상 직무에 있는 사람을 보낸다는 의미로, 제재를 와해시키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개막식을 전후해 북미 간 회동이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다. 당장 의미 있는 만남을 기대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김영남 위원장이 우연히 만나기만 해도 그 상징적 의미는 크다. 얼마 전까지 미국은 북미 접촉 가능성에 노골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에 북한 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하지만 미국 쪽에서도 다소 누그러진 듯한 기류는 느껴진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이어 펜스 부통령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말을 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 공식 대화 조건을 철회한 건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의 접촉 가능성을 아예 닫은 것 같지도 않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우리 정부에 달렸을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절묘한 접점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미국이 평창 올림픽을 '북한과의 정치 게임'으로 변질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올림픽 개회식에 초대한 것부터 그렇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천안함기념관 방문과 탈북자 면담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을 활용해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널리 알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평화 올림픽'의 취지에 맞지 않고, 축하사절로서도 양해의 한계를 넘는 행동인 것 같다. '그럴 거면 뭐하러 오느냐'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펜스 부통령은 7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동해 북한의 '미소(微笑) 외교'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평가와 배려가 너무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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