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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불을 끄는데만 그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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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불을 끄는데만 그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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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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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파문에 대응해 분야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신설한다고 2밝혔다. 문체부는 다음 달부터 영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를 영화인신문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 옮긴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사례를 접수하기 위해 3월 중에 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상담센터를 만들고, 대중문화계 성폭력 신고 창구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를 마련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문학·미술, 영화 분야에서 성폭력 시범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확대해 문화예술·영화·출판·대중문화산업 및 체육으로 분야를 나눠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시행한다.


또 문화예술계 분야별로 성희롱·성추행 예방 지침을 작성하고, 문화예술계 인사와 양성평등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문화정책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실질적인 성폭력 예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내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거쳐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불길처럼 번졌다.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을 통해 원로 시인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폭로했다. 'En 선생', '노털상 후보'라는 표현으로 고은 시인을 우회적으로 지목했지만 문단 내 성추행 실상의 일단만 드러난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거물로 행세해온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 씨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나 성폭력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피해자들이 성추행과 성폭력 피해를 추가로 폭로하면서 이 씨를 고소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다른 연극 연출가와 배우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고 뮤지컬 음악감독의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연예술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대부분 문화예술계의 원로이거나 명망가로 대접받던 유력인사들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곪은 상처가 뒤늦게 터졌다는 탄식과 함께 성범죄가 만연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는 현재까지 터진 피해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체육계도 비슷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은 성명을 내고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행정기관의 진정성 있는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중문화 분야 등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차제에 타인의 성폭력 피해를 방관하거나 숨기려 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피해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해자를 엄벌해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단 취약한 분야별로 피해신고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여성 피해자의 적극적인 피해신고를 유도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전문 상담요원도 충분히 배치하는 게 좋다. 용기를 내 미투를 선언한 피해자들이 이차 피해를 보지 않게 보호하는 '위드 유(with you)' 연대운동을 지원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공연계에서 연출자나 극단대표가 제왕처럼 군림하는 풍토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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