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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적 관행 국회부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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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적 관행 국회부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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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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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지원에 의한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적절성 여부를 가리는 심의위원회가 국회 내에 설치된다. 국회 관계자는 3일 "지난 월요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 때 문희상 의장이 여야에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며 "위원회 구성에 여야 모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향후 의원들이 외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떠날 경우 해당 출장이 적절한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문희상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 위원회에서 활동할 의원을 각각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 명칭은 일단 '국회의원 국외활동 심의위원회'로 정해진 상태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원 38명의 명단을 문 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공식 통보가 아닌 친전 형식의 참고용으로 명단을 건네왔다"며 "38명 의원들에 대한 1차 조사는 부당 지원한 피감기관이 자체적으로 해야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익위는 범정부점검단을 구성,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28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년 7개월간 14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해외출장 지원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법 시행 이후 유관 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직자는 261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38명도 포함됐다. 외부지원이나 피감기관, 산하기관 등이 지원하는 예산으로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이 기구를 통해 사안별로 허용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위법 시비를 차단하려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할 만하지만, 과거 여러 자문위 활동에 비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자문위 구성에만 머물지 말고 다른 선진국처럼 출장경비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서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의원들의 여행 규정을 포함한 윤리지침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규제하고 있다. 의원이 피감기관은 물론 외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 경우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여행이나 출장경비 지원의 경우 '특별한 선물'로 보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상·하원 각각 수백 쪽의 방대한 윤리규정을 문서화해 허용되고 불허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규범에 어긋나는 지원이 적발되면 윤리위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는다. 지난 2010년 지한파로 유명한 민주당 중진 찰스 랭걸 의원은 해외 세미나 참석 때 부적절한 여행경비 지원을 받은 논란에 휩싸여 윤리위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결국 하원 세입위원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미 하원은 의원들의 윤리규정을 감시하는 독립기구도 두고 있다. 2008년 설치된 '의원 윤리실'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의원이나 의회 직원의 윤리 위반 사실을 자체적으로 조사해 윤리위에 보고한다. 의회윤리실이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윤리위는 대체로 이를 받아들여 의회윤리실 권한의 실효성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도 의회 윤리위원회를 보좌하는 독립기구에서 조사를 담당한다. 영국 의원 윤리규정은 여행비용의 경우 300파운드(한화 43만원 상당)가 넘으면 규정 위반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의원 38명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조사권한이 없다며 피감기관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피감기관이 '갑 중의 갑'인 국회의원의 여행경비 지출에 위법사항이 있다고 해석해서 보고할 수 있겠는가. 국회 태도는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인식이다. 선관위는 지난 4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해외 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전 금감원장이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여론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지원 출장의 목적인 해외무상원조사업예산 집행실태 점검은 국회 외통위원들의 책무이다. 하지만 왜 그 출장 비용이 조사대상 기관의 지원으로 조달돼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구시대적 관행에서 국회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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