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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농민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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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농민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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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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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해주고 슬그머니 이자를 현금으로 환급, 사실상 '0%대 금리' 특혜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임직원 주택구입자금 융자 및 지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소속 지원들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대해 2.87%의 이자를 보전해 추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직원들에게 당초 대출을 해줄 때는 정상적으로 금리를 적용하고, 이듬해 대출금액의 2.87%만큼을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자 보전을 해주고 있었다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대출이자 '페이백'에 따른 직원 대상 대출의 실제 이율은 2016년 0.13%, 지난해 0.22% 등을 비롯해 0%대였다. 직원 대상 대출의 평균이율은 2016년 3.00%, 작년 3.09%였지만, 이자를 현금보전 해 준 뒤에는 이처럼 0%대가 된 것이다. 농협은 지난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운용해왔으며, 지금까지 4305명의 직원이 관련 혜택을 받았다. 대출이자 보전금액은 지난해 기준 40억원이며, 2008년부터 10년간 동안 총 39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 의원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막대한 대출이자 부담에 국민 고통이 큰데 농협이 직원들에게 0%대 '황제대출'을 해주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라며 "농민을 위한 대출이자 지원은 고사하고 직원들에게 과도한 금리지원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살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측은 "직원복지 차원에서 근로복지기본법에 의해 2008년 도입한 제도"라며 "주택을 최초로 구입하는 직원에게만 혜택을 주고 팀장 이상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혜금리는 농협중앙회뿐 아니라 은행, 생명·손해보험이 포함된 NH농협금융지주 등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고 한다. 비리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집단적 윤리의식의 실종에서 빚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막대한 대출이자 부담에 국민 고통이 큰데 농협이 임직원들에게 0%대 '황제 대출'을 해주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라며 "농민을 위한 대출이자 지원은 고사하고 직원들에게 과도한 금리지원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살 사안"이라고 한 말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농협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성의 목소리도 헛구호에 그칠 때가 많다.


농협은 작년에 11월 2일을 '윤리경영의 날'로 정했다. 11월 2일을 숫자로 표기하면 1,102이고, '천백이'라는 발음이 '청백리(靑白吏)'와 비슷해서 이날을 윤리경영의 날로 정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윤리경영의 날을 지정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깨끗함'을 상징하는 백설기를 나눠주며 윤리경영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 윤리경영의날에 농협은 어떤 이벤트를 벌일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윤리경영은 보여주기식 캠페인보다는 조직 내부의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민단체를 비롯해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좋은 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농협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벌이는 이유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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