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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신뢰 증진 방안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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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신뢰 증진 방안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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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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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이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발 속에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국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생산공장과 별도의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 4일 이사회에 이어 이날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 절차를 완료하고 신차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동력전달) 관련 부서를 묶어 별도의 R&D 법인으로 떼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가 주총 무산을 위해 주총장 입구를 막아 2대 주주인 산은 대리인의 입장이 가로막힌 사이에 GM 측 단독으로 법인 분리안을 기습 의결했다고 한다. 산은과 노조의 거센 반발로 지난 4월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반년 만에 한국GM 노사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산은은 주총결의 무효소송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결과가 나오는 다음 주쯤에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법인 분할이 의결됐지만, 앞으로 이행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법인 분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산은과 노조의 입장은 비슷하다. 법인 분할이 GM의 향후 한국시장 철수 준비작업일 가능성을 염려한다. 여기에 1만여명의 직원 가운데 3천여명이 신설 분리법인으로 가면서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도 우려한다. 산은은 후속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했다. 한국GM의 입장은 다르다. 산은으로부터 투자 확약을 받고, 대규모 자체 투자를 동반하는 10년 단위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법적 공방과 파업 강행이 이어지면 법인 분리작업이 난항을 겪을 건 뻔하다. GM이 분리작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충분한 설명과 협의를 하며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하는 이유다. 사태가 꼬인 것은 2대 주주인 산은 책임도 크다. 국민 혈세로 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GM의 독주를 견제할 충분한 장치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산은은 한국GM이 총자산 20%를 초과해 매각·양도·취득할 때 등 17개 특별 의결사항에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는 법인 분할이 비토권 대상인지는 불분명하다. 법적 다툼을 통해 결판나겠지만 승소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법인 분리 자체를 무조건 나무랄 일도 아니다. 글로벌 전략상의 경영합리화나 효율성 개선 차원에서 바라보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경영활동의 저변에 이해관계자의 믿음이 깔리지 않으면 아무리 선의라도 의도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구성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 협력이 없으면 기술혁신이나 품질 개선은 물론 GM이 주장하는 글로벌 제품개발 기지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한국GM은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법인 분리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상호 대화를 통해 한국시장 철수나 추가 구조조정과 관련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GM은 법인 분리가 먹튀 논란을 잠재울 신뢰 증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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