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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감수성' 폭넓게 인정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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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감수성' 폭넓게 인정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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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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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지사의 최종 판결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안 지사가 유명 정치인인 데다, 1심과 2심 판결 결과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에서 이유로 든 유죄의 근거를 그대로 인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피해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결한 반면 2심은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 판결은 수년 전 대두된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개념을 재판에서 얼마나 적용했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졌다. 1심에서는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과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항거 불능 수준에 이른 경우에만 유죄를 인정하는 기존의 판결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여성단체 등에서 나왔다. 반면 2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관련 재판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이 폭넓게 인정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성범죄를 다루는 재판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사건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결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김 씨가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시점 직후에 안 전 지사의 식당을 예약하고, 장난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를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시각으로 보자면 피해자답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시각에서 본다면 성폭력을 당한 뒤에도 개인이 처한 위치와 성향에 따라 충분히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그 진술에 입각해 엄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작년 초 시작된 '미투' 운동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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