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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되도 연봉받는 '선출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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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되도 연봉받는 '선출직 공무원'
  • 전국종합/ 백인숙기자
  • 승인 2016.09.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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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비위로 교도소에 수감돼 본연의 일을 못해도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급여나 의정 수당을 매달 받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감옥에서 변론을 준비하고,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을 오가는 게 주요한 일과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위를 상실하기 전까지는 다른 선출직들과 다를 바 없이 ‘국민의 혈세’를 알뜰하게 챙긴다.
 옥중에서 재판을 받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통장에 입금되는 혈세는 광역·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경우 한 해 수천만원에 달한다. 국회의원은 1억 원이 넘을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받는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정액급식비 등 한해 세비는 1억 3796만 원이다.
 나중에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위를 잃더라도 수감 기간 받았던 급여를 토해내는 일도 없다.
 구속 즉시 해임·파면돼 즉각 급여가 정지되는 일반 공무원과 사뭇 다르다.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형 확정 때까지 징계 대상으로 삼지 않는 ‘악법’ 탓이다.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는 자치단체장들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챙기는 혈세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교도소 수감된 시장·군수 3명, 급여 꼬박꼬박 챙겨…한해 수천만원 달해
 전국의 226개 기초 자치단체장 중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 이교범 경기 하남시장,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가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혐의에는 모두 뇌물이 포함돼 있다.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한 검찰이 구속기소 했는데도 이들의 통장에 월급이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다. 구금된 지 3개월까지는 급여의 70%, 그 이후에는 40%를 지급하라고 규정한 공무원 보수 규정 탓이다.
 관내 외식업체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임 군수는 지난 5월 23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괴산군은 임 군수에게 지난달까지 3개월간 월 510만 원(세금 납부 전)씩 지급했고 지난 20일 290만 원이 입금됐다. 임 군수가 구속 중 챙긴 혈세는 이달까지 1820만 원이나 된다.
 박 해남군수의 혐의는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수뢰 등이다.
 직원들의 근무성적 평정 순위를 조작해 부당한 인사를 단행했고 그 대가로 590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은 물론 비서실장으로부터 펀드 투자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았다는 게 그에게 적용된 혐의다.
 지난 5월 12일 구속된 박 군수의 통장에도 월급은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다. 그가 이달까지 받은 월급은 임 괴산군수와 같은 1820만 원이다.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 이 하남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4월에 벌금 4000만 원, 추징금 25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혐의는 브로커들에게서 2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았고 재판을 받던 중 건설업자에게서 1억 원을 빌려 이자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그의 연봉은 임 괴산군수나 박 해남군수보다 많은 9465만 8000원이다. 지난 3월 21일 구속된 이 시장은 6월까지 월 550만원씩, 이달까지 월 310만원씩 총 2580만원을 챙겼다.
 
◆수뢰액 최고 5배까지 토해내는 징계부과금도 물지 않아
 일반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그야말로 ‘패가망신’한다.
 2010년 10∼12월 KT&G 소유의 옛 청주 연초제조창 매입 과정에서 KT&G 측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6억 6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기소 된 청주시 전 기업지원과장 이모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징역 9년에 벌금 7억원, 추징금 6억 6020만 원을 선고받았다. 청주시는 이와 별도로 그에게 13억 2040만 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벌금과 추징금은 물론 징계부가금을 내지 못한 채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징계부과금은 뇌물을 챙기고 혈세를 빼돌린 공무원들에게 수뢰·횡령액의 최고 5배까지 물려 탐욕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징계부과금은 일반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만 선출직인 시장·군수들을 옥죄지는 않는다. 행정 절차상 시장·군수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공무원 징계령’이나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등 현행 법령 어디에도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 조항은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나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 및 소청 규정이 담겨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에 대한 경징계를 단행하고 중징계 처분을 광역 지자체에 요구하는 인사권을 시장·군수가 쥐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경우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이상 행정 절차를 거쳐 징계할 방법은 없다.
 시장·군수들이 일반 공무원들과 달리 구속기소 된 기간에도 월급을 계속 받는 것도 이런 구조 탓이다. 구속 직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해임·파면되는 일반 공무원들이 혈세를 축낼 기간은 극히 짧지만, 시장·군수들은 인사위 회부 대상이 아니어서 해임·파면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다.
 비위를 저지른 시장·군수를 단죄할 방법은 주민소환이나 법원 판결 외에는 없는 셈이다.

◆구속 국회의원·지방의원 세비·활동비 ‘지급 제한’ 추진
 20대 국회 들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비위로 구속된 사례는 없지만 구금되는 국회의원들의 세비 수령을 막을 법적 근거가 현재로는 없다.
 구속됐다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세비가 꼬박꼬박 지급된다. 선출직 공직자의 특권인 셈이다.
 ‘특권 내려놓기’가 대세인 요즈음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정종섭(대구 동구 갑) 의원이 국회의원수당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정도다. 각종 위법행위로 구속된 기간에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등 각종 수당 지급을 중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광역·기초 의원들도 선출직 공직자다. 그들 역시 구금 기간에도 의정활동비를 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천안시의회 조강석 의원은 특정 업체에 방법용 CCTV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공무원을 소개해 주고 공사대금의 20%를 받기로 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5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의원은 이때부터 지난달까지 의정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의정비와 수당 명목으로 매달 351만 원을 지급받았다.
 김해시의회 김명식 의장은 하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됐다. 의정활동을 한 달 이상 못했지만 의정활동비를 받기는 천안시의회 조 의원과 마찬가지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의원들이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의정활동비를 지급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서울과 인천 남동구, 광주 광산구, 강원 원주시, 충남 서산시에는 구속 의원에게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가 있지만 나머지 지자체에는 조례가 없어 아무런 제한 없이 의정활동비가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당장은 효과가 없어 보인다.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도 “잘못을 저질러 구속된 경우 혈세로 월급을 지급하는 현 실태는 잘못된 법률체계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현행법을 바꿀 수 없다면 법원이 이들을 엄벌하고 재산상 제재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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