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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영화 속 남녀 캐릭터 묘사 편향성 분석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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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영화 속 남녀 캐릭터 묘사 편향성 분석성공
  • 대전/ 정은모기자
  • 승인 2019.10.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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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대전/ 정은모기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팀이 컴퓨터 비전 기술을 통해 상업 영화에서 남성과 여성 성별 간 캐릭터 묘사의 편향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연출 방식이 사람들의 성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할리우드 역시 영화의 묘사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근래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다양한 젠더와 인종의 등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벡델 테스트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으로 균형적인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벡델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며그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여성 캐릭터들의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의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묘사와 전체 영화 내에서의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고려할 수 없으며, 여성 캐릭터 혼자 극을 이끄는 영화에 적용이 어렵다.


 또한 여성 캐릭터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없으며, 테스트에 통과하거나 하지 못하는 이분법적 잣대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별 묘사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 그리고 평가자가 영화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병주 교수팀은 영화의 시간적, 시각적 특성을 반영해 성별 묘사 편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효과적 분석을 위해 24프레임 영화를 3프레임으로 다운 샘플링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 감지 기술로 영화 캐릭터의 젠더, 감정, 나이, 크기, 위치 등을 확인했다. 사물 감지 기술로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대상으로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여덟 가지 지표를 분석, 상업 영화 내에서의 성별 묘사의 편향성을 연구했다.
 
 여기서 여덟 가지 지표란 과거 다양한 매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별 묘사 편향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영화 내 편향성을 판별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로 감정의 다양성, 공간적 역동성, 공간 점유 정도, 시간적 점유 정도, 평균 연령, 지적 이미지 외양 강조 정도,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를 연구팀은 제시했다.
 
 연구진은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를 막론하고 여덟 가지 지표를 통해 영화 대부분이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감정의 다양성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의 능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했다.
 
 특이하게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보다 행복한 감정을 유독 많이 표현했는데 이는 표현 가능한 감정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여성 캐릭터의 감정은 단조롭게 표현됐음을 보여준다.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 캐릭터 대비 55.7%밖에 되지 않았던 반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를 보였다.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 정도는 남성 캐릭터 대비 56% 정도로 낮았으며, 평균 연령은 79.1% 정도로 어리게 나왔다. 특히 앞서 언급한 두 지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이병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평균 영화 관람이 4.25회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이며, 대중이 많이 접하고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다"라며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 제작은 더욱 신중하게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정은모 기자 J-e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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