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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씨 말라 입식 못해”…양계농가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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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씨 말라 입식 못해”…양계농가 ‘주름살’
  • 청주/김기영기자
  • 승인 2017.03.09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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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오리·병아리 가격 뛰고 공급 늦어 재기 차질…몇달간 생계 ‘먹구름’
살처분 보상금 계열회사 차지…연례 행사된 AI재앙에 축산포기 고민도

 충북 음성군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A 씨(50)는 지난해 12월 2일 인근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해 3개월 넘게 닭 사육을 중단했으나 이동제한이 해제된 뒤에도 재입식을 하는 데 최소한 1개월은 더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 됐다. 

 그나마 이동제한에 묶였을 때는 소득안정자금이 지원됐으나 앞으로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A씨는 “닭을 입식해서 출하하는 데 30일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2개월 동안은 맨손만 빨게 됐다”며 “AI가 닭들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축산 농민까지 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 씨처럼 계열회사의 닭을 위탁 사육하지 않는 농가의 어려움은 더 크다. 병아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할 뿐 아니라 병아리 가격도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AI 발생 이전인 지난해 11월 1마리당 350원을 하던 육계용 병아리 가격이 최근 800원을 웃돌고 있다. 산란용 병아리도 1200원에서 1900원으로 올랐다. 

 괴산의 한 양계농민은 “병아리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입식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양계를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발생 농장 상황은 더 어렵다. 이동제한이 해제되더라도 21일가량 입식시험을 거친 뒤 이상이 없어야 재입식할 수 있다. 

 닭이나 오리 사육 기간이 30∼40일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5월 중순은 지나야 출하가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16일 AI가 처음 발생한 것을 기준으로 보면 6개월은 ‘꼬박’ 특별한 소득이 없이 견뎌야 하는 셈이다. 

 이들 농가에 살처분 보상금 등이 지급되긴 하지만 축산농민들의 처지에서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AI 양성 반응이 나온 농가에는 보상금을 20% 감액해 지급한다. 소독상태 등의 기준에 따라 최대 80%까지 감액한다. 보상금을 20%만 받는 농가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오리나 육계 농가 대부분은 대형 축산물가공업체에 계열화돼 새끼오리·병아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일정 기간 사육한 뒤 출하해 위탁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살처분 보상금을 받더라도 사룟값과 새끼오리, 병아리의 값을 치르고 나면 농민들이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심지어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오리 한 마리당 보상금이 6천원으로 책정된다면, AI가 발생한 농가의 살처분 보상금은 4800원에 불과하다. 

 유통업체들은 이 보상금 가운데 1000원 가량의 새끼오리 입식비와 4천원 가량의 사룟값을 뗀다. 이럴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받더라도 농가들은 1마리당 200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B 씨(56)는 “아직 살처분 보상금을 정확하게 정산을 하진 않았지만, 새끼오리와 사룟값을 빼고 나면 400만원 가량의 손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매년 되풀이 되는 AI가 재앙과도 같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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