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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입법딜레마…“은산분리 논란은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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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입법딜레마…“은산분리 논란은 시작일 뿐”
  • 이신우기자
  • 승인 2018.08.1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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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규제완화 정책전환에 반대 없지만 일부 ‘우클릭’ 거부감
“성과 내는 여당 돼야” 현실론 속 “원칙 흔들려서야” 이견도
평화·정의 반발에 민생입법공조 비상…민주 지도부 14일 워크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안에 인터넷 은행에 대한 규제 해소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개혁입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속에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문재인정부가 규제완화, 투자활성화 같은 것을 매개로 한 혁신성장 쪽에 무게를 두자 관련 입법과제를 떠안은 민주당이 원내에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완화는 대표적 사례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터넷은행 규제완화는 은행법 개정 대신 특례법 제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를 최고 4%에서 34%로 높이는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우고, 7일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도 8일 회동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하는 등 속도를 냈다.


 일각에서 민주당이 과거 당론으로 반대한 ‘은산분리 완화 반대’ 입장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이 강력히 주문한 데다 여야 지도부 합의까지 신속히 이뤄진 만큼 민주당 내 공개 비판은 거의 없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인사들이 노무현정부 시절 당청갈등 끝에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트라우마로 당내 이견이 분열로 비치는 모습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반대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일련의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기류가 민주당 내에 엄존한다.


 박용진 의원은 12일 “토론과 합의 과정은 민주정당의 기본”이라며 “은산분리 완화에 관해선 정책의총을 열어 당내 의견을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0일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금융자본일 경우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을 25%까지 인정하고, 증시 상장 시엔 산업자본 지분을 다시 15%로 낮추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법 제정안을 별도로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나름의 절충안을 제시한 그는 통화에서 “은산분리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34%는 너무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 갈등설이 거듭 불거진 와중에 “문재인정부가 관료집단에 포위돼 애초 하려던 혁신성장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민주당 관계자 입에서 흘러나왔다.
 청와대가 전방위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만큼 이와 비슷한 논란은 앞으로도 당 안팎에서 반복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재호 의원은 앞서 ‘34%’를 규정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선도적으로 발의한 데 이어 빅데이터를 통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정 의원은 “빅데이터가 핀테크의 핵심 기초인데 각종 규제로 데이터가 조각나 있다”며 “금융지주사 계열사끼리라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과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비식별 개인정보 규제완화뿐 아니라 의료기기 규제완화도 조만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표면적으로 야당 시절 당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 같은 법안 처리에 앞장설 경우 당청은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혁신성장에 무게를 실은 후에도 단기적으로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당청 지지율이 더 떨어질 위험도 안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신산업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규제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을 설득할 방침이다.


 원내 경제민생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최운열 의원은 “야당은 명분만 갖고 반대해도 야당으로서 존재 의의가 있지만, 여당은 반대만 해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론‘을 강조했다.
 한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미 인터넷은행 규제완화에 대해 각각 “재벌의 먹잇감만 키워주는 일”(정동영 대표), “재벌개혁의 중대한 후퇴”(이정미 대표)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협력이 필요한 이들 범진보진영과의 입법공조에 균열을 최소화하는 것도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오는 14∼15일 강원도 평창에서 상임위 간사단과 정기국회 운영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어 31일에는 전체 국회의원 워크숍을 통해 지도부 입장을 전달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규제완화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당론 수준의 의견조율이 이뤄지고, 효율적인 대야관계 설정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그동안의 개혁적 조치들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근의 노력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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