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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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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02.13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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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정치인에게 드립니다. 곧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설날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지난 11.15지진과 이후 이어진 90여 차례가 넘는 여진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며 아직도 이재민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삼시세끼를 식판을 든 체 긴 줄을 서 기다리며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모래알 같은 밥을 삼키지만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살기 위해 수저를 들어야 하는 이재민들은 무슨 죄를 지은 걸까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약속만을 믿고 하염없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과연 ‘설’은 무슨 의미일까요?  

조상께 올릴 제사상 차릴 엄두는커녕 이맘때면 환하게 웃으며 대문을 들어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 녀석들을 편히 앉힐 자리조차 없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설을 기다리는 그들의 초조한 마음은 어떨까요? 또 설날을 앞두고, 아직도 서울 지하철역에서 고향을 찾지 못한 채 그리운 가족을 생각하며 소주 한 잔에 눈물짓는 노숙자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실 테지요?


고향이 있어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또 부모님 뵙기가 너무나 미안해서 고학력의 이테리 출신이 신문지를 깔고 콘크리트를 베개 삼아 젊음도 감춘 채, 거지꼴이 되어 노숙하는 저 젊은이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그 화려했던 젊음을 뒤로한 채, 아직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쪽방의 노인들, 그들 중에 어떤 이는 주민등록마저 말소되어 정부의 배려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먼 고향 땅의 친지들을 생각하며 비참한 설날을 맞이해야 하는 이가 있다는 것 역시 알고계시지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귀한 표 몰아주어 정권교체를 시켜주었건만 1년이 다돼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요? 여러분을 오늘 그 자리에 앉혀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아직도 끼니걱정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변명만 늘어놓을 텐가요? 국민들의 원망의 소리는 하늘을 찌르지만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위정자들, 그 잘난 단체장 한번 해 보겠다고, 그 잘날 도의원, 시의원 한번 하겠다고 줄줄이 모여 누구에게 줄을 대면 공천을 받을까 설치는 꼴을 보면 과연 저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난 자 만의 생각일까요?


자기 자식들은 미국이나 구라파로 일찌감치 유학 보내고 수십억, 수백억 재산 굴리는 저들이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모여 골프를 하고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거리의 노숙자는 컵 라면에 소주한잔으로 이 밤을 지샌다는 것을 아느냐는 말씀입니다.


정치가 무엇인가요? 국민들이 편히 생업에 종사하며 자식을 공부시켜 이 나라 역군으로 키워 산업현장으로 보내고 충성을 하게 해야 하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 하루벌이로 나락의 바닥에서 힘든 삶을 영위하는 그들이 존경하는 당신들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요.


매일 뉴스에 보도되는 돈의 액수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수천 억, 수백 억, 아니 몇 조가 된다고 하면서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 서민은 단 돈 몇 만원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살 속을 파고드는 겨울 추위를 신문지 한 장으로 견디면서 그래도 산목숨 끊지 못하는 저 처절한 삶을 알고 있느냐는 말입니다.


공영방송을 비롯 도하 각 언론사에서는 고운 한복으로 설빔을 입고, 춤추고 즐기는 것을 방영하고 보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이렇게 비참하게 시들어 가는 인생들도 있다는 것도 살폈으면 합니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세종대왕은 경회루 옆에 초가삼간을 지어놓고 기거하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또 황희 정승은 18년 동안 정승자리에 있었지만 누추한 방 한 칸에 왕골 돗자리를 깔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국왕과 정승부터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인다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풀리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근정전(勤政殿)에는 정치를 부지런히 하라는 문정위민(文政爲民)의 혁혁한 이데올로기가 서려있습니다. 이 시대 정치인들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권력에 취해 길거리 노숙자나 병들어 신음하는 서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 시대 이 민족이 바라는 정치는 투명하고 청빈한 선비정신에서 찾아야 하는게 아닙니까? 부디 올해는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노래가 정치권에서는 화합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한 해를 여는 새벽에 가진 자보다 가지지 못한 자를 생각하는 설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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