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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설 테러 장기화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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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설 테러 장기화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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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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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과 유전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4시께 무인기(드론) 여러 대로 공격받아 불이 났다고 사우디 내무부가 밝혔다. 내무부는 사우디 동부 담맘 부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아브카이크의 탈황시설은 아람코가 관련 시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홍보하는 곳일 만큼 사우디 석유 산업에 중요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원유 처리량이 700만 배럴 이상으로,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 대부분이 이곳에서 탈황 작업을 거친다. 2006년에는 알카에다가 폭발물을 실은 차량으로 공격한 곳이기도 하다. 쿠라이스 유전도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다. 내무부 화재 직후 소방대가 바로 소화 작업을 시작해 이날 오전 6시께 불길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아람코는 이날 공격과 화재로 석유 생산, 수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원유, 석유제품 수출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예멘 반군은 자신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14일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그들의 석유 시설 2곳을 무인기 10대로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공격 대상을 더 확대하겠다"라고 주장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가 급등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개장 초반에 배럴당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2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장 초반에 배럴당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고, 런던 ICE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가 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에 몰려 있는 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하는 곳으로, 하루 처리량이 700만 배럴에 달하는 글로벌 원유공급의 심장부로 비유되는 곳이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적 배경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30% 안팎을 사우디에서 들여온다. 최대 수입국의 석유 시설 심장부가 마비된 상황인 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니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한국은 하루 3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국제 유가가 뛰면 석유류 제품의 생산단가가 오르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등 기초유분 가격도 덩달아 올라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석유화학 제품과 석유제품의 수출량을 합치면 968억2000만달러(2017년 기준)로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량이 많다.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만만찮아 보인다.


한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 방식으로 원유를 들여온다. 공급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계약으로도 어쩔 수 없다. 사우디가 얼마만큼 빠르게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느냐가 관건이다.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생산시설이 심각하게 파손됐다면 복구도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원유 수급 상황과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하며 잠재적 피해 최소화에 진력해야 한다. 사우디 등이 비축량을 풀겠다고 하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비축량 자체가 턱없이 적다.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것도 대체 수입선 확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단계'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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