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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오명(汚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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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오명(汚名)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12.0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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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고속열차와 포크레인이 충돌한 사고 이후 8일 강릉선 KTX 탈선과 대구역 KTX 열차 고장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열차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전히 ‘고장철’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899년 9월18일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열차가 들어오게 됐다. 국내최초의 철도는 미국 브록스 사에서 제작한 모가7형 증기기관차였고, 경부선 개통 이후 증기기관차가 다수 들어오게 됐다.
 
1920년대에는 용산 공작창 등이 조성, 증기기관차의 전성기를 맞았으나 1967년에 들어서면서 철도청의 철도 디젤화 계획에 따라 증기기관차는 국내에서 운행을 종료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디젤기관차는 1951년 유엔군에 의해 50여대 정도가 운행됐으나 주로 군사장비를 수송하는데 사용했으며, 유엔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디젤기관차 4대는 국내에 남아 운행됐다고 한다.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디젤기관차 운용은 1956년 3월15일에 충북 제천읍에 부산공작창 기관차공장 제천분공장이 창설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8년에 현대차량(주)에서 미국 EMD사와 제작에 관한 라이선스를 획득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디젤기관차를 만들게 되면서 디젤기관 철도동력의 현대화와 국산화를 이뤄냈다.
 
국내 전기철도는 1972년 SNCF(프랑스 국유철도) 의 BB15000 기반 8000호대 전기기관차가 도입되고, 1970년대에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의 전철화가 진행되면서 72년부터 본격적인 의미의 전기철도가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1일 세계 4번째로 고속철도가 개통, 고속열차 KTX가 도입되면서 고속철도의 시대를 맞게 됐다.
 
2010년에는 핵심부품을 제외한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국산화 90%대의 KTX-산천이 운행되고, 2016년 12월을 기해 수서발 고속철도 SRT가 KTX와 노선을 공유하며 운행 중이다.
 
이처럼 철도역사와 함께하는 열차는 개화와 문명의 상징으로, 많은 이용객과 다양한 물자를 운송하는 안전한 대중교통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나 요즘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안고 이용객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7시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806호 KTX 열차가 탈선해 강릉역 직원 1명과 승객 14명 등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일어난 사고인데다 강릉선 본선과 강릉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선이 갈라지는 지점이라 당시 시속은 100km 정도로, 속도를 크게 내지 않는 구간이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KTX는 시속 250km가 넘는 고속 열차다.

그러나 이날 사고로 열차 10량이 탈선했고, 그 중 2량은 전복되면서 기울어진 차내에서 많은 승객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또, 이번 사고는 8년 만에 발생한 고속철도 탈선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속철도 시속인 250km로 달리던 중 탈선했다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0여일간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에서 크고작은 사고나 고장이 10여건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이 만성화 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1시께 서울역으로 진입하는 KTX 열차가 선로 보수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을 들이받는 사고로 작업자 3명이 다치고, 승객 140여 명이 선로로 내려가 플랫폼까지 이동했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어 20일에는 경남 진주발 서울행 KTX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청주시 오송역에 멈춰서며 경부선 상·하행열차 120여대의 운행이 지연되면서 1만 명이 넘는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22일에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복정역과 수서역 사이 구간에서 고장이 발생,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혔으며, 23일 무궁화호가 강원도 원주역에서 발전기 고장으로 멈춰섰고, 24일에는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고장나 운행이 지연됐다.

이처럼 KTX 열차탈선 및 고장 등 열차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당국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과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8일 발생한 탈선사고와 관련, “KTX 탈선 사고는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마음깊이 사과한다”며 “원인규명을 통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번 탈선사고 불과 사흘 전인 지난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직접 찾아 “국민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도록 사고대응 매뉴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지난달 말 산하 기관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송역 단전) 사고 발생 이후 조치가 매우 미흡했다”며 코레일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와 국토부 자체 감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 나와 사과했고, 지난달 23일에는 긴급 안전대책 회의를 열고 비상 안전경영을 선포했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코레일에서의 잇따른 열차사고는 안전을 담당하는 차량 유지보수 분야의 정비인력 및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찻길이 9000km를 돌파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비인력은 지난 2015년 38명이 부족했으나 지난해에는 정원보다 무려 205명이나 부족했고, 정비인력 예산도 최근 2년 사이 100억 가까지 감소한 가운데 코레일의 누적 적자는 15조 원에 달한다 한다. 국가적인 차원의 총체적인 안전점검 및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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