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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창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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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창호법'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1.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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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논어' 중 '태백편'에 나오는 말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경제를 비롯한 국내 정책에 난제가 수두룩한 현실을 투영한다. 올해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여러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 있기도 하다. 2위에 오른 '밀운목우'(密雲不雨·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라고 달리 읽히지 않는다.

지도자만이 역사를 만드는 건 아니다. 때로 세상은 소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윤창호와 김용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떠올리게 되는 세밑이다. 둘 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황망하고 어이없는 죽음을 뒤로한 채 안전 의식을 일깨우고, 기득권을 부수는 논의의 불을 당겼다. 지난 2018년은 이들을 보다 나은 나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 인물로 기억할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에 ‘음주운전’ 또한 도로위에서 가해지는 일종의 ‘묻지마 범죄’다. 가해자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피해자는 물론 주변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 관련 논란이다. 며칠 후면 민족의 대이동이 있는 설날이 다가온다. 설 연휴기간은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움직이다 보니 교통량도 많아지고 이동시간과 장거리 운행도 증가하여 교통사고 발생 확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져 안전운행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설 연휴기간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와 친구들과의 식사자리가 많아지고 차례 후 음복 등으로 평소보다 음주기회가 많아져 음주운전 사고가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최근 5년(2012년~2016년) 간 설 연휴기간 교통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설 연휴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사망자는 평상시 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기간에는 전체 사망자 대비 음주운전 사망자 비율은 평상시 13%보다 6%p 높은 19%를 차지하였고, 교통사고 발생비율은 평상시 11%보다 4%p 높은 15%로 분석되었다.

특히,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를 위한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한달 전에 시행되어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사람이 다치게 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에서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특가법과 함께 면허정지와 취소처분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올해 6월부터 시행된다. 면허정지 혈중알콜 농도는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는 0.1%에서 0.08%로 강화된다. 이처럼 음주운전 금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파급효과가 높아진 시기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령 개정을 비웃 듯 최근 언론 보도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음주운전은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던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관대함과 뿌리 깊은 교통문화가 변화되지 않는 한 음주운전사고는 사회적인 문제로 계속 반복될 것이다.

경찰에서는 설연휴 기간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부 운전자는 ‘음주운전 재수 없으면 걸린다’,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경찰의 단속을 무색케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운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돌발 상황에 즉각적인 반응과 대처가 어려워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딱 한 잔의 술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음주운전은 가정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이자 살인행위이다.

설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어느 때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음주운전과 같은 한 번의 실수,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드는 어리석은 일은 없도록 하자. 행복한 설, 시작과 끝은 안전 운전임을 명심하자.

윤창호법은 지난해 9월 부산에서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강화된 법이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은 중대 범죄다. 술잔을 기울인 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에 대한 시민의식이 다소 개선됐으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소리만 요란했지 먹구름 짙은 첩첩산중에서 꼼짝 달싹 못한 1년이었다. 외교·안보·경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반면 엉뚱한 죽음이 너무 많았다. 노동자와 학생, 성매매여성처럼 하나 같이 사회적 약자였다. 지난해 이 즈음 발생한 충북 제천화재 참사 교훈은 벌써 남의 나라 일이 돼버린 인상이다. 국민 안전을 지켜야 마땅한 국가가 기본 책무마저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윤씨와 김씨의 희생으로 변화의 물꼬를 튼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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