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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어사(鐵面御史)와 같은 인물 선택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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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어사(鐵面御史)와 같은 인물 선택되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3.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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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옛날 중국에 학식이 풍부하고, 재능이 많았던 왕광원(王光遠)이라는 진사의 이야기다.

‘북몽쇄언(北夢言)’의 기록에 따르면, 왕광원은 출세를 하기 위해 권세가와 호족들을 찾아다닐 정도로 출세욕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는 권력가와 교분을 맺기 위해서는 심지어 채찍질로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이를 개의치 않고 웃어넘길 정도였다.

실제로, 왕광원은 남의 시문(詩文)을 보고 “이런 시는 저는 도저히 염두도 못 냅니다. 아마 이태백이도 못쓸 겁니다”라고 아첨하기도 했으며, 어느 관리가 자신의 등을 채찍으로 내리쳐도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속이 시원하십니까. 채찍질을 아주 잘 하시는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그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광원의 낯가죽은 열 겹의 철갑처럼 두껍다(光遠顔厚如十重鐵甲)’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철면피(鐵面皮)’다.

반면, 송나라 때 조변이라는 사람은 관리의 부정을 감찰하는 벼슬인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가 되자 권력자건 천자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건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 부정을 철저히 적발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를 철면어사(鐵面御史)라도 불렀다고 한다.

이처럼 ‘철면피’라는 말에는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뻔뻔스런 사람이라는 뜻 외에 강직하고 준엄하다는 뜻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염치를 모르고 지나치게 뻔뻔스러운 사람을 ‘철면피’라고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에 입성할 국토교통부장관을 비롯,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부, 행정안전부장관 등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났지만 살얼음판 인사청문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 대상자 상당수가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들에 대해 ‘비리백화점의 결정판’이라는 등의 비토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고가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청와대가 ‘인사 7대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참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월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할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하는 시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관련 의혹 등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된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기정사실화 돼 가고 있지만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을 무사히 마무리 해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 속에 정치권 상황과 민심을 아우르는 ‘결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를 비롯,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 등 7명 전원을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해 사퇴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31일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후보자 내정 전에 자녀들에게 ‘꼼수 증여’를 했다는 의혹과 박사논문 표절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받고 있던 최정호 후보자가 자진사퇴의사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외유성 출장과 아들의 호화 유학 및 아들 취업 특혜 논란이 제기됐던 조동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는 문제인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조 후보자의 다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후보 지명을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그러나 나머지 모든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바른미래당은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해 ‘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문 대통령이 지난 달 8일 단행한 2기 개각이 차질을 빚게 됐다.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최 후보와 지명이 철회된 조 후보자 외에 박영선 후보자는 수천만 원의 ‘세금 지각납부’ 의혹, 문성혁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장남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연철 후보자의 경우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글들로 인해 ‘편협한 정치관’과 ‘비정상적인 안보관’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박양우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진영 후보자는 후원금 부당공제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으로부터 ‘불가’ 압력을 받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문회가 끝났고 그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보고 있다”며 “국민 여론에 눈감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과 관련, 청와대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인사검증을 제대로 거치기나 한 것인지, 아니면 이제 이 정도의 흠결은 관행으로 보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이러니 부랴부랴 감행된 ‘총선용 개각’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격한 검증의 칼날을 대지 못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후보자를 내세워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는 측면에서 청와대 민정·인사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철면피(鐵面皮)’는 국민정서와는 절대 부합(附合)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결심’이 ‘철면어사(鐵面御史)’와 같은 인물이 선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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