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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3]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고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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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3]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고백하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11.0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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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 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할 일은 없다.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이니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으로 온 나라가 비틀거리고 있다. 날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최순실과 비선 실세들의 국기문란 의혹이 블랙홀이 되어 나라를 삼키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허탈감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감정적으로 한다면야 며칠 전 최순실이 검찰청에 출두할 때 어느 시민이 했던 것처럼 개똥이라도 청와대에 집어 던지고 싶다. 개똥을 뒤집어 써야 할 곳이 어찌 청와대 뿐이겠는가. 개똥을 던지면 개가 화낼 것이라는 블랙코메디가 슬프다.

대통령은 사교집단의 광신도처럼 행동하고 그런 대통령을 로봇 조종하듯 부리며 국가의 기틀을 장난치듯 갖고 놀았던 아줌마가 지배하는 나라, 그런 대통령에 빌붙어 권력을 누리고 벼슬을 자랑하던 관료들, 대통령이 직접 시인하고 나서야 수사에 나서고 보도하는 검찰과 공영방송들이 존재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지탱되고 있는 것 만 해도 기적이다.

국민들은 차라리 꿈이길 바라고 있다. 꿈이어서 깨고 나면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악몽이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환하게 웃었던 웃음도 최순실의 지시였고 화를 참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을 꾸짖는 것도 최순실의 지시였다고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를 이끌면서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불통의 공주’가 된 것도 ‘최순실 교리’의 맹신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나 하는 데에 생각이 이르면 기가 찰 일이다. 도대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정상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해도 국민들은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으로 인정하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이조시대에 강화도에서 농사짓던 사람을 데려다 왕으로 앉혔던 것처럼, 명동거리 어느 곳을 지나는 사람에게 청와대를 맡겨도 이 보다는 낫겠다는 국민들의 공분을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겠다.
당장이라도 청와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은 무능하고 못났더라도 대한민국호가 침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허수아비처럼이라도 대통령의 명함을 당분간은 갖고 있으라는 것이 또한 국민들의 요구다.

이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은 이제 사실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담당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탄핵과 하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되었다.

문제는 1년 4개월이라는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최대의 혼란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칫 국가붕괴마저 우려해야 할 판이다.

최순실이건, 비선 실세이건, 이제는 이름 앞에 ‘전(前)’자가 붙은 청와대 참모들이건 간에 그들의 범법행위는 서서히 밝혀 가면 된다. 검찰에서 밝히지 못하면 특검에서 밝히고 아니면 새로운 사정기관에서 담당하더라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절망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호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박 대통령의 꼼수 없는 진솔한 사과가 선행되야 한다.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해야 대한민국은 다시 설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남은 일이 딱 그 뿐이다. 국민 앞에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사죄하는 일 이외에 지금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 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할 일은 없다.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이니 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거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얕은 수를 쓰게 되면 박 대통령에게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배신하는가. 박 대통령이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국민들이 대통령을 보면서 느끼고 있는 그 답답하고 분노어린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과 ‘불통’한 탓에 이제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불신’한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 그동안 틈만 있으면 부르짖었던 나라사랑이 진실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국민들앞에 서서 모든 것을 낱낱이 밝히고 잘못을 시인한 뒤 용서를 빌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살고 박 대통령이 사는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떻게 일군 대한민국인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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