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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4] 박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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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4] 박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11.1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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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를수록 대한민국이 늪에 빠진 수렁의 깊이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러날 때 물러나는 것이 박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틈만 나면 ‘국가’와 ‘국민’을 앞세웠다. 한 때 박 대통령의 말은 일리 있게 들렸다.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으니 국가와 국민이 남편이고 자식’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남편과 아이보다 소중하게 여긴 나라가 거덜 나고 있다. 다름 아닌 박근혜 자신에 의해서다. 편견과 무능과 아집과 독선이 부른 참사다.

물론 그가 나라를 이렇게 망친데는 ‘콘크리트지지’라고 불렸던 맹목적 추종자들과 출세욕에 눈먼 지식인들의 부역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수첩공주’가 일방적으로 훈시를 하면 이를 허리 굽혀 따라 적는 각료들의 모습은 절대왕정이나 다름없었다. 대학교수들이 앞장서서 세치 혀에 설탕을 바르고 검찰의 양심에는 더께가 끼었다.

우리는 지식인의 타락이 얼마나 추하고 위험한 일인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장관이며 차관이며 이 나라의 근간을 세워야 할 관료들이 개인의 안위에 목숨을 걸 때 나라의 기강이 어떻게 되는가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근본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 엉터리 장차관을 임명한 것도 대통령이고 혀에 설탕을 바른 아첨꾼만을 곁에 둔 것도 대통령이다. 나아가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기를 훼손하고 말도 되지 않는 행태를 보여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

대통령은 최순실게이트 이후 두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두 번의 대국민 회견 역시 자신이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데 그쳤다. 대통령으로서는 물론이고 개인 박근혜로서도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한 번 더, 세 번의 대국민사과를 할 작정인가보다는 것이 국민들의 느끼는 슬픔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나섰다. 이제는 대통령 그만 하시라고. 지난 12일 국민들은 박 대통령에 국민 소환을 명령했다. 나라를 위해 그만 청와대에서 나오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그만두면 형사소추를 피하기 어렵다. 당장 구속이 불가피하다.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를 스스로 걸어 나오기 보다는 반전의 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다.

최순실게이트는 어차피 정권이 끝나면 대선과정은 물론이고 차기 정부에서 재 조명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검찰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성격으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겠지만 역사의 검찰 앞에서는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더 머무르고 싶을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도 두 손을 놓고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친밀도를 자랑하던 중국과는 껄끄러운 관계로 돌아서고 반면 중국과 북한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은 예상을 깨고 트럼프후보가 당선돼 우리와 새로운 관계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갈수록 극우로 치닫고 있다.

우리의 안으로 시선을 돌려도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보고 있듯이 재벌들은 정권의 눈치와 떡고물을 위해 부끄러움도 모른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좌절하고 버려지는 노인들은 절망하고 있다. 사회의 가치는 정의가 사라진지 오래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만 쌓으면 된다는 탐욕이 지배하고 있다. 배운 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양심의 가치를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싶다.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하야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그의 자존심이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도 4.19 혁명으로 물러나면서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고 했지 않는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를수록 대한민국이 늪에 빠진 수렁의 깊이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러날 때 물러나는 것이 박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퇴임 후 검찰에 불려가는 것 보다는 스스로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나마 대한민국호가 더 이상 부서지기 전에 말이다. 박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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