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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5] 촛불혁명의 대한민국,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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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5] 촛불혁명의 대한민국, 이게 나라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11.30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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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 ‘이게 나라냐’며 분노하는 국민들이 이제는 촛불을 켜고 권력의 쓰레기를 치우며 ‘이게 국민이다’고 말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거부했다. 자신에 대한 처분을 국회로 넘겼다.
‘나는 스스로 물러날 만큼 잘 못한 것이 없으니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불통의 고집이다. 그의 이러한 고집스러움과 무책임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실망은 어쩔 수 없다.

그는 지난달 29일 예상했던 대로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갖고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며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신을 감쌌다. 다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떠넘겼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기어이 잘못을 묻는다면 ‘주변 관리 잘못’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였다. 잘못했다는 것인지, 잘못이 없다는 것인지 특유의 화법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26일 190만명이 모여 청와대를 향해 ‘물러나라’고 외친데 대한 대답치고는 메아리가 너무 허무하다. 어쩌다 대통령은 저토록 무책임하고 뻔뻔할 수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드러난 공범으로서의 범죄혐의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미달 행위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시궁창에 쳐넣고 밟아버렸다는 인식은 어느 한 단어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잘 하려고 하다 보니 그리됐다’는 식이다.

그의 이번 담화는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의지해 온 최순실로부터 조언을 받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사과이고 사과도 아닌’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국민감정에 호소하여 위기를 넘겨보자는 것이다. 하야를 요구하는 96%보다는 자신을 지지하며 지옥까지도 따라와 줄 4%가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세 번째는 그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는 뛰어나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처분을 국회로 넘기게 되면 여야의 정쟁이 되고 잘만하면 여야의 자충수가 발생, 자신을 향하던 국민들의 시선이 국회로 옮겨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특히 이번 담화로 탄핵의 초점이 개헌 등 대선과 맞물린 정국으로 바뀌는 것을 노렸을 것이다.

‘국회처분에 맡기겠다’는 셈법은 이상의 어느 하나라기 보다는 세 가지가 함께 한 방적식이겠지만 핵심은 아무래도 첫 번째의 무지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무지가 부른 담화로 그는 다시 네 번째 대국민사과를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200만에 가까운 국민들이 이 추운 계절에 아이의 손까지 잡고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한 이유를 안다면 이런 발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 탄핵의결을 앞둔 교란책이자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가 얼마나 현시국을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방증이다.

하지만 꼼수로 될 일이 아니다. 그의 말처럼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면 자격 없는 대통령이었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걸어 내려와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 길만이 그가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는 길”이다.

촛불은 계속 타오를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촛불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다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성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리석은 대통령의 행위에 비웃던 외국언론들도 국민들의 위대함에 놀라고 있다.
‘이게 나라냐’며 분노하는 국민들이 이제는 촛불을 켜고 권력의 쓰레기를 치우며 ‘이게 국민이다’고 말하고 있다.

혁명의 촛불은 그가 청와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검찰에 대한 어둠을 밝히고 언론에 대한 어둠을 밝히고 재벌에 대한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친위대를 마다하지 않던 친박마저 ‘대통령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내게 만든 촛불이다. 촛불은 이제 차기 대권 셈법에 사로잡혀 눈이 멀어가는 대권 주자들의 눈을 바로 뜨게하는 빛이 될 것이다.

‘이게 나라냐’고 울부짖던 분노가 ‘이게 나라다’라는 희망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그 때 까지 촛불을 지켜 낼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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