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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7] 정유년 새해에는 희망찬 촛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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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7] 정유년 새해에는 희망찬 촛불이어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1.0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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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 촛불은 관성처럼 타락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권력에 대한 어둠을 비추고 적폐를 청산, 누가 진짜 충무공인지 가려내야 한다. 또 다시 정치꾼인 사이비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추악한 민낯을 보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추악하고 추접한 사실들은 까도 까도 끝없이 이어졌다.

대학에도, 문화예술계에도, 스포츠 분야에도, 나아가 정치계에도 어느 한 군데라도 어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남성들의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까지 나왔으니 이 보다 더한 막장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드러난 패악은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물밑에 감춰져 드러나지 않는 더 큰 악의 실체는 또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고, 두려울 정도였다.

대통령은 대통령이기를 포기했다. 청와대 참모나 장관들과 국정을 논의하기 보다는 늙어가는 얼굴의 주름살에 신경을 쓰며 자신을 조종하는 자를 위한 하수인에 불과했다.

추악한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자 세 번씩이나 국민들을 향해 궤변을 늘어 놓으며 위기를 넘겨보려는 얕은 수도 부렸다. 그러면서도 ‘피눈물’ 운운했다.

304명의 국민들이, 그 것도 꽃보다 아까운 고교생들이 수장돼가고 있는 순간에도 머리손질에 여념이 없었다는 그녀에게 국민들은 “네가 피눈물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다.

공적인 권한은 철저히 사적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당했고 부역자들은 기생충처럼 빌붙어 분비물을 빠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신정권을 지탱했던 늙은 비서실장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모른다’고 발뺌했고 소년급제 했던 민정수석은 도망 다니기에 급급하다 46일 만에야 청문회에 출석 모르쇠와 뻣뻣함으로 일관했다. 정의를 가르치는 교수들은 부정입학의 사실을 부인하며 정의를 휴지통에 구겨 넣어 버렸고 간호장교와 의사들은 ‘나는 아니다’며 닭 잡은 손으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사실여부를 떠나‘호빠’ 출신의 어느 젊은 사내보다 용기도 없고 치졸한 그들이 우리의 지도자들이고 상류층이라는 사실 앞에 절망했다. 시정잡배보다 못한 그들은 정작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로 인해 국민들이 부끄러웠다.

국민들은‘이게 나라냐’고 분노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만에 불과하던 촛불은 200만을 넘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음습하게 남아 있는 일제청산, 유신청산, 독재청산 등에 대한 탄핵이었다. 나아가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권력자와 그들의 이중성에 대한 탄핵이자 권력에 빌붙어 살아온 기생집단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을 바로 세워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공화국의 근본 가치에 대한 확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책임지지 않는 권력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주권자로서의 준엄한 명령인 것이다.

우리의 힘에 우리도 놀라고 세계가 놀랐다. 촛불은 대한민국을 밝히고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횃불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 그 일파가 자행한 나라망신을 1천만 촛불이 씻어내며 국격을 높였다.

우리는 이제, 참으로 참담했지만 촛불이 횃불이 되어 어둠을 밝혔던 병신년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 붉은 정유년을 맞았다. 올해도 수많은 난관과 버거운 현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우리의 난제이자 불확실성으로 증폭되고 서민들의 빠듯한 경제는 허리를 더욱 휘게 할 것이 틀림없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고 한반도에서 이러한 변화는 첨예한 대립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자칫 외부의 변화에 우리의 안위가 흔들릴 수도 있고 그동안 이뤄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긍심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정권이 어지럽힌 국정을 새롭게 정리하고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자칫 박근혜 정권이 어지럽힌 쓰레기를 치우기도 전에 정국이 대선전에 휩쓸리면서 촛불을 자기 세력화로 이용,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1597년 정유년에 충무공은 12척의 배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 2017년의 정유년에도 위기는 420년 전이나 다를 바 없다.

촛불이 대선정국을 맞은 정유년 올해에는 더더욱 밝게 빛나야 할 이유다. 촛불은 관성처럼 타락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권력에 대한 어둠을 비추고 적폐를 청산, 누가 진짜 충무공인지 가려내야 한다. 다시는 진짜임내 하는 제2, 제3의 가짜들이 발호하지 하도록 촛불을 켜고 지켜내야 한다. 또 다시 지도자임내 하는 정치꾼인 사이비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정유년 올해에도 우리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촛불을 켜고 누가 충무공인지를 지켜보고 가려낼 것이다. 촛불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지키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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