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58] 국민의당은 어디로 가는가
상태바
[세상읽기 58] 국민의당은 어디로 가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5.24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민의당이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하여 봉사하라’는 권력의 주인이자 유권자로서의 권리 행사였다. 그런 점에서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아직 ‘잊혀진 정당’이나 ‘뒤집힌 배’는 아니다.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민의당이 기로에 섰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높아 갈수록 국민의당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더욱이 당의 존립기반이 돼온 호남에서마저 국민의당은 ‘잊혀 진 꿈’이 되어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따른 긍정평가는 81.6%에 달한다. 더구나 호남에서의 국정 지지율은 94.5%로 가히 절대적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블랙홀처럼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흡수하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7.7%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의당은 6.8%를 얻은 바른정당과 6.6%의 지지를 얻은 정의당과 함께 군소정당으로 추락했다.
 
전국적으로 위상이 추락하더라도 호남에서 변함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면 자강론을 앞세워 버텨볼 수 있다. ‘호남 자민련’으로 남아 재기를 하던지, 아니면 캐스팅보트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 난망이다.
 
국민의당이 특별이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온전히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한 탓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정부에 협력할 경우 당의 정체성이 위협받아 ‘2중대’역할쯤으로 격하될 테고, 대립각을 세우자니 호남의 역풍이 우려되는 사면초과의 현실이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에 이른 것이다. 결단의 방법은 많지 않다. 그중 하나는 문 대통령의 지지가 꺾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정권은 반드시 부침이 있는 것이고 더구나 정권 초창기에는 국민의 기대치가 지지율에 더해지는 속성에 기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또는 자책골의 헛발질을 하게 되면 예전처럼 대안의 정당으로 불려나올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보다 상대방의 실수를 기다리며 대책 없이 버티다가는 재기는 커녕 고사할 가능성이 더 크다. 말라죽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민주당에 투항하는 것이다. 본디 뿌리가 같으니 적에게 투항한 것도 아니라는 명분을 세울 수도 있다. 어차피 ‘초록은 동색’이지 않던가.

당의 간판이야 소멸되고 모양새야 빠지겠지만 집권 여당이 되고, 개별 국회의원들로서도 잘하면 내년 총선에서 선수하나를 더 보탤 수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당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국회의원 뱃지가 위태로울 수 있으니 솔깃한 대안이다.

더욱이 색깔이 전혀 다른 보수정당이 여당을 하던 시절에 야당을 하는 것과 색깔이 유사한 진보정당이 여당을 하는 시절에 야당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심리적으로 더욱 견디기 힘든 노릇이기도 하다.

마지막 하나의 방안은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이다. 중도보수의 길을 천명한 만큼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과 합당할 경우 영호남이라는 각기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건전한 야당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보수가 괘멸되거나 또는 해괴망칙한 형태로 변질된 상태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지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모험에 가까운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당의 존립기반인 호남의 여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가늠키 어렵지만 역풍을 맞을 경우 험난한 광야를 걸어야 한다.
 
정치가 신념이냐, 현실이냐 하는 가치관의 문제다. 실례로 말하자면 노무현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바른정당으로 고쳐 쓴 이력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버린 그런 정치인의 길을 가느냐하는 선택이다.

선택에 앞서 국민의당은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호남의 민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과연 호남의 민심은 물에 띄었던 국민의당이라는 배를 뒤집어 버렸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은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호남의석을 석권한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의당이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일당의 오랜 독식이 가져온 폐해에 호남의 유권자들이 진저리를 쳤기 때문이다. ‘경쟁하여 봉사하라’는 권력의 주인이자 유권자로서의 권리 행사였다. 그런 점에서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아직 ‘잊혀진 정당’이나 ‘뒤집힌 배’는 아니다.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이 호남의 민심을 생각하기에 앞서 호남의 권리와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호남의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들지 않는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