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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0] 국민의 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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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0] 국민의 당을 위하여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7.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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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단독범행이니 어쩌니 하며 회피하고 도망갈 궁리를 할 때가 아니다. 모든 국회의원이 말라 죽을 각오로 뱃지도 벼슬의식도 내려놓고 여의도 의사당 계단에 무릎 꿇을 때, 날아오던 돌이 멈출 수 있다. -

 

“이대로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될 것인가?” 요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다. 국민의 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심 밖으로 내몰리더니 최근에는 ‘문준용(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의혹 제보 조작’사건으로 아예 몰매를 맞고 있다.
 
인사청문회 등에서 강한 비판과 견제로 야당의 위상을 찾고자 했으나 호남민심이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도덕성까지 치명상을 입어 사망선고를 앞둔 중환자 형국이다.
 
국민의 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며 창당 이래 최악으로 치달아 자유한국당에도 밀려나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당 지지율은 5.1%로 창당이래 정당 지지율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더구나 당의 기반이 돼온 호남에서 조차 한 자릿수로 주저앉아 8.7%를 기록했다. 이는 자유한국당(8.8%)에게도 오차범위 내에서 밀린 것이다.
 
당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력 대선후보까지 배출했던 당치고는 추락의 속도와 형국이 비참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이야 국민의 당으로서는 내심 불편하겠지만 그게 당의 잘못이 아니니 안으로 칼을 갈며(내부 혁신)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국민의 당은 ‘제보 조작’사건이 터지기 전만해도 그런 심사였을 것이다. 잘 버티면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지방단체장선거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음직하다.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해도 전남의 1석(민주당 이개호 의원)을 제외하고 광주·전남의 전 지역구 의원을 갖고 있는 국민의 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의 전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 당 8명의 국회의원들 가운데 3명의 국회의원이 일찌감치 유력한 차기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제보 조작’은 이러한 희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넘어서 아예 당의 존재가치마저 상실케 하고 있다. 국민의 당으로서는 마른하늘에 이런 날벼락도 없다.
 
국민의 당 공천으로 차기 광주 시장은 이제 넘볼 수 없는 벽이자 물 건너간 배가 되고 말았다.
 
침몰하는 배에서 쥐가 제일 먼저 뛰어 내리 듯, 지역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국민의 당 기초·광역의원들의 이탈조짐이 보이고 민주당을 쳐다보는 국회의원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내년 지방단체장 선거 이전에 국민의 당이 통째로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받아야 주겠지만 이들에게 자치단체장 공천을 절대로 주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곁들여지고 있다.
 
국민의 당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민주당에 백기를 들고 투항할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남아 말라 죽을 것이냐 하는 선택이 주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의 당은 말라 죽는 길을 택해야 한다. 말라 죽을 각오로 빠른 성장만큼이나 빠르게 구태로 돌아간 허물을 벗고 다시 창당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국민의 당이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했던 그 까닭은 여전히 아직도 유효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 당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일당의 지배가 가져온 권력의 부패와 무능, 무사안일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였다. 경쟁이 없는 권력은 오만하고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거의 표가 권력이라고 하면 표는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는 권력이 아니라 오히려 노예가 될 수 있다. 그런 자각으로 태생한 정당이 국민의 당이었다.
 
국민의 당은 날아오는 돌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 더 던져달라고 호소하여 더 피투성이가 돼야 한다. 단독범행이니 어쩌니 하며 회피하고 도망갈 궁리를 할 때가 아니다.
 
소속 모든 국회의원이 말라 죽을 각오로 뱃지도 벼슬의식도 내려놓고 여의도 의사당 계단에 무릎 꿇을 때, 날아오던 돌이 멈출 수 있다.

그럴 용기도 없고 자치단체장 자리를 차지하거나 국회의원 감투를 유지하고 싶다면 ‘제보 조작’사건으로 당이 활활 타고 있는 지금,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것이 더 낫다.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력행사를 위해 국민의 당은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오늘은 죽지 않을 만큼의 돌을 던지고 싶다. 제발, 국민의 당은 이 돌을 맞고도 죽지는 마라.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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