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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6]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윗물이 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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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6]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윗물이 맑아야 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9.2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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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청탁금지법의 성공은 약자만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권력자와 고위공무원들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 줄 때 가능하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오늘로 시행 1년을 맞았다.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기대와 ‘서민경제 위축’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여전하지만 청탁금지법은 어느덧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변화를 이끌어내며 연착륙하고 있는 모양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직무와 관련, 일체의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뿐만아니라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미만’으로 제한, 접대문화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명절 때 마다 오가던 선물은 5만원 미만으로 바뀌고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서도 화환과 조화가 크게 줄어들었다. 청탁과 접대가 일상적이었던 공직사회에서는 술자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크게 줄어들었고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촌지’가 자취를 감췄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먼저 청탁금지법의 저촉여부를 따지는 등 관행처럼 행해지던 한국사회의 부정부패가 자율정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발표한 ‘청탁금지법 1년과 한국사회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에 미친 효과’에 따르면 직무관련 부탁이 법 시행 초기 때 보다 줄었다는 응답자가 65.9%에 달했고, 선물교환이 줄었다는 응답도 65.5% 였다.
 
특히 응답자의 89.4%는 법 시행 효과가 있다고 답했으며 85.4%의 응답자가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풍양속의 ‘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은밀하게 자행되던 부정청탁과 접대 관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청렴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있다. 농수축산업계와 화훼, 음식점 등 영세 농민과 상인들이 매출감소 등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설 명절에 크게 감소했던 이들 농수축산물의 매출이 이번 추석명절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충격파로 작용,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대목을 맞고 있지만 대부분이 소액에 그친데다 그나마 찾는 사람도 없는 한가한 한가위가 올 추석명절의 분위기다.

지난 5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지난 설 명절에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242억원으로 지난해 설에 비해 25.8%가 감소했다.

실제로 명절선물의 대표주자인 영광굴비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감안, 정부에서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서민들에 대한 보호 측면과 함께 또 다른 측면의 상실감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청탁금지법이 서민이나 하위공직자에게만 적용되고 고위공직자나 권력자들에게는 여전히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재판에서 보듯이 대통령이 재벌총수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가 유력인사의 청탁을 받아 직원을 채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일 등은 청탁금지법의 정당성에 대한 도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강원랜드 한 직원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채용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데 이어 관련 국회의원의 연류설이 나오고 최근에는 보험개발원이나 금융위원회 등에서도 인사청탁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한숨을 쉬고 있는 서민들에게 이러한 현실은 좌절과 분노를 넘어 법에 대한 믿음마저 상실케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시행초기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를 신뢰와 청렴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정사회로 가는 시대흐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청탁금지법이 국민들의 지지속에 시대흐름의 원동력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법이 서민과 약자만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권력자와 고위공무원들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이 맑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새겨 봐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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