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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9] '홍종학'을 그만 내려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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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9] '홍종학'을 그만 내려 놓아야 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11.0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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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DJ 시절부터 관행이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동짓달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여 굵직한 이슈를 던지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지난 6일에는 자유한국당으로 투항하기 위해 바른정당의 김무성의원 등이 탈당함으로써 정치권의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논란이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정부여당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국민들의 비난이 집중될 때 홍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 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집중돼 있을 때 슬그머니 홍 후보자의 카드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문재인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아직도 7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역대 여느 대통령보다 호황기를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전 정권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적폐청산’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으나 국민들은 ‘설사 정치보복이라고 하더라도 잘못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국민들이 그만큼 정치권의 적폐에 시달려왔다는 반증이다. 국민들이 적폐청산을 국정의 주요 화두로 삼는 문재인 정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정부여당의 처사는 치려던 박수를 멈추게 하려 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외치던 사람들이 적폐를 당연시하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적폐세력을 도와주고 싶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 후보자를 엄호하는 논리가 그야말로 이명박이나 박근혜 시절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도 똑같고, 옹졸하고 치사한 논리도 복사판 그대로다.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가 맞는가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도덕성이 허물어지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당은 홍 후보자 가족의 고액 쪼개기 증여에 대해 ‘합법적이고 상식적 방식’이라거나 ‘국세청에서도 권장하는 방법’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였고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 재산을 대물림했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가 ‘특목고 폐지’를 주장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딸을 특목고에 진학시킨 것에 대해서도 ‘기자들도 기사쓰는대로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 같지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
 
홍 후보자의 행위는 불법은 아니고 합법이라 하지만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요즘 정치권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불륜)그 자체다. 더구나 그가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중 인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겉으로는 대단한 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면서도 속내에는 세상의 잇속을 모두 챙기는 부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공직자는 ‘금 같은 내 돈, 금 같은 내 딸’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촛불혁명 때 국민들은 박근혜의 허접함에 ‘이게 나라냐’고 분노했다. 그 말이 ‘이게 공직자냐’라고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끝까지 과거정부처럼 일단은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 더 가관인 것은 느닷없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을 끌어 들인 것이다. 이들도 증여와 관련해 자유롭지 않다는 반격이다.
 
얼마나 다급하고 궁색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데자뷰이다.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DJ 시절부터 관행이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
 
벙긋하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는 보수야당의 행태를 문재인 정부에서 보는 일은 ‘적폐를 외치다 적폐가 되는 것’같은 우려가 앞선다.
 
문재인대통령은 얼마 전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나아가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인 만큼 정치권 모두 이것만은 공동의 책무로 여겨 달라”고 당부했다.

홍 후보자를 기어이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대통령의 말은 그냥 해본 말에 불과하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가겠다’는 초심이 벌써 무뎌졌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가 있을 때 청와대와 여당은 홍 후보자를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국민들은 아직 적폐청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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