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108] 5월의 사치를 마음껏 누려보자
상태바
[세상읽기 108] 5월의 사치를 마음껏 누려보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9.05.08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을 거쳐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5월의 일정은 한 인간이 살면서 지키고 거쳐야 할 과정과도 같다. 부처님이 5월에 오신 것도 어쩌면 그런 까닭인지 모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피어나고 있다. 산천은 신록의 푸름으로 눈부시고 꽃들의 화사함은 주저함이 없다. 봄날과 여름 사이의 찰나와도 같은 눈부신 시간이다. 추위가 기습하는 봄날의 변덕스러움도, 기력을 상실케 하는 더운 폭염도 아닌 살맛나는 세상에서 5월의 개화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풀잎 하나에서도 경이로움을 보고, 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에서도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계절이다.
 
보이는 것 마다 감사하고, 보이는 것 마다 기뻐할 수 있는 세상은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축복이다. 5월은 모든 생명이 댓가 없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사치이다. 누린다 하여 누가 시기하지 않고, 만끽할수록 커지는 사치스러움이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계절이 5월이다.
 
5월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등 감사함과 기쁨의 기념일이 넘치는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을 거쳐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5월의 일정은 한 인간이 살면서 지키고 거쳐야 할 과정과도 같다. 부처님이 5월에 오신 것도 어쩌면 그런 까닭인지 모른다.
 
5월은 그래서 감사함이 넘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아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산천의 초록처럼 우리들을 기쁘게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세상에 존재하게 한 사람이자 부모 역시 한 때는 그런 아이였다. 감사하고 축복받아 마땅한 삶인 것이다.

‘진자리, 마른자리’갈아 눕히며 ‘손발이 다 닿도록’ 정성을 다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부모라는 이름이고, 그런 부모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존재가 아이라는 이름이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삶의 이유 역시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내일이라는 희망의 언어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아이가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배우고 깨달아 사회의 구성원이 되게 하는 것이 스승이 아니면 어찌 가능하겠는가. 부모는 아이를 낳지만 아이를 기르는 것은 선생님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스승은 부모와 같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아이나 부모, 나아가 스승에 대한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정작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만 변해버린 각박한 세상이다. 지켜야 할 가치가 ‘꼰대의 헛소리’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5월은 삭막하다.
 
며칠 전에는 친어머니가 의붓아버지와 공모하여 어린 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 세상을 경악케 한 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이 요즘이다.

학교현장에서는 이제 ‘스승’이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교직은 어린학생들의 장래 희망 1, 2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선생님들은 추락한 교권으로 인해 교단에 서기가 무서운 세상이 됐다. ‘정년을 채우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은 가치를 잃은 세상의 자화상이다.
 
물론 이러한 세태가 보편화되고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이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남아있고, ‘꼰대의 가치’도 유효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 믿음을 위해 우리는 어린아이의 웃음에서 신의 미소를 보고, 카네이션을 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선생님을 찾는다. 비록 초라한 늙은이가 됐지만 산과 같고, 강과 같았던 부모님과 선생님의 자양분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산과 같고, 강과 같다면 이는 부모와 스승이 만들어낸 결과다.

집 앞 길가의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꽃이 흰쌀밥처럼 보인다 하여 이팝나무라 했다지만 굶주리지 않는 시대에도 꽃은 여전히 곱다. 배부르다 해 꽃이 변하는 것은 아니듯, 시대가 변했다하여 근본마저 변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아이들은 선생님께 손 편지를 쓰고, 스승님을 모셔 이팝나무 꽃 꺾어 전해드릴 수 있는 5월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감사함의 사치다. 이 계절에 그 사치스러움을 마음껏 누려보자.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