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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범죄 ‘악순환’…제주 관광 불안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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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범죄 ‘악순환’…제주 관광 불안요소
  • 제주/ 곽병오기자
  • 승인 2019.09.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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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정보 제주 관광안전 위협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력 키워야"
<전국매일신문 제주/ 곽병오기자>


 제주 관광산업이 고유정 사건 등 잇따른 강력범죄와 태풍·폭설과 같은 각종 자연재난으로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실체가 없는 가짜뉴스까지 급속도로 퍼지면서 제주 관광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이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든 것도 이런 불안감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 강력범죄·자연재해 빈발 "제주 가기 겁나요"
 "솔직히 좀 꺼려졌어요."
 지난 8월 여름 휴가차 친구들과 제주를 다녀간 직장인 김모(29·서울)씨는 여름 휴가지로 제주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여자 셋이서 도시를 벗어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낼 곳으로 가장 먼저 '제주'를 떠올렸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제주에 강력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제주를 둘러싼 출처를 알 수 없는 흉흉한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돌기도 하는 등 아무래도 '안전'이 제일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여행 온 여자가 살해당했던 사건도 있고, 최근에는 고유정 사건에다 해수욕장에서 상어가 나왔다는 기사도 봤다"며 "안전하고 깨끗할 것만 같던 제주에서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사건, 사고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냐는 친구들의 설득에 결국 제주를 다녀오게됐다"고 말했다. 
 
 9월 초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정모(45·서울)씨는 최근 일정을 다 마무리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돌아가야만 했다.
 
 그는 제13호 태풍 '링링'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7일 비행기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하루 앞당겨 6일 오전 부랴부랴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정씨는 "제주는 섬이라서 항공편이 끊기면 대책이 없다"며 "여름이 최고 성수기인데 태풍은 여름과 가을에 집중되는 것 같고 관광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풍과 폭설 등 각종 자연재난과 강력범죄가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2012년 7월 발생한 '올레길 살인사건', 2016년 9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음식점 주인 집단폭행 사건', 2018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등 관광객과 관련한 강력범죄가 발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또 2016년 1월 32년 만의 폭설로 제주공항이 45시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해마다 여름과 가을에는 태풍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 지역 안전지수 조사 결과 제주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제주관광공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제주를 찾은 관광객 추이를 보면 지난해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주 입도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또 예멘 난민 논란과 여성 관광객 실종, 태풍 등으로 인해 다시 관광객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범죄·자연재해·난민 등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제주와 관련한 부정적인 감정 키워드가 급증,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했다. 
 
 ◇ 제주 관련 가짜뉴스가 더 큰 문제
 정작 더 큰 문제는 제주에서 벌어진 강력 범죄와 자연재해보다도 사실을 왜곡한 가짜뉴스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년 올레길 살인사건 당시 '중국에서 온 조선족 9명이 제주에서 여자 2명을 납치했다'는 괴담이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급속히 퍼져 논란이 됐다.
 
 올레길을 혼자 탐방하던 4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 직후 이 같은 괴담이 확산된 터라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괴담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 여중생이 친구의 말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2016년 1월 폭설로 제주에 갇힌 관광객 수천여명이 제주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던 때에도 노숙용 종이박스를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판다는 잘못된 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당시 제주도는 공항 체류객들에게 모포와 매트리스를 무상 지원했지만 이같은 가짜 뉴스로 인해 제주관광 이미지를 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멘 난민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떠돌던 '제주 연쇄 실종' 게시물은 대표적 가짜뉴스였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후 한달간 6건의 여성 변사체가 발견되는 등 제주도가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이 게시물은 '난민 신청자 급증'과 '여성 변사체 발견'이라는 두 가지 사실을 교묘히 엮어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포심,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했다.
 
 경찰 조사결과 게시물에 등장한 변사 사건 6건 중 2건은 중복 사례였고, 2건은 거짓이며, 실제로 발견된 변사체의 경우 모두 타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 사건'에서도 과도한 유언비어와 헛소문이 돌았고, 사건과 무관한 렌터카 업체가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을 교묘하게 엮어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등 왜곡된 정보들이 결국 제주의 관광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제주연구원 신동일 연구위원은 각종 자연재난과 강력범죄와 같은 관광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근거 없는 소문과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풍과 폭설 등 자연재난과 강력범죄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관광객들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왜곡한 가짜뉴스가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호주와 일본에서도 언론보도나 왜곡된 정보 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불안감이 조성돼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있었다"며 "왜곡된 정보의 전파, 근거 없는 소문 유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신속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대응책'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곽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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