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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빈틈없이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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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빈틈없이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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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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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한국은행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국내 경기까지 둔화하면서 금융안정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는 8월 들어 주의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 9월) 보고서에서 "대외여건 악화, 국내 경기둔화 등으로 최근 들어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가 증대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지수는 올해 3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들어 주의단계(8∼22)에 해당하는 8.3을 나타냈다. 금융안정지수는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파악하고자 만든 지표로, 한은이 실물경제 및 금융 관련 20개 지표를 반영해 매달 산출한다. 금융안정지수가 주의단계에 진입한 것은 중국 증시와 국제유가가 폭락했던 2016년 2월(11.0)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한은은 금융안정지수 상승 배경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 자산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증대가 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위험 증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예상치 못한 충격 발생에 대비해 조기경보 활동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꼽혀온 가계부채는 2분기 말 기준 155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나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2분기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4년 3분기 말(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 오른 159.1%(한은 추정치 기준)로, 여전히 소득 증가속도가 부채 증가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고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이 작년 말 70.8%에서 2분기 말 73.9%로 상승한 반면,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같은 기간 6.0%에서 5.9%로 하락한 것은 대출 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한은의 금융안정 지수가 주의단계에 들어갔다고 당장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주의단계 문턱을 살짝 넘은 상황이고 우리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도 여전히 좋다.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험단계(22 이상)까지 치솟았다 안정된 지수가 몇차례 일시적으로 주의단계에 들어갔다가도 오래가지 않아 안정화되곤 했다. 다만, 최대 변수인 미·중 무역 분쟁, 국제유가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는 아무리 잘 대비해도 모자라지 않다.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변수도 문제지만 우리가 직면한 내부 변수도 심각하다. 기업과 가계의 건강성과 활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다. 대외 변동성이 다소 커지더라도 내부의 경제주체들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외 변수의 작은 변동에도 심각한 금융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100곳 중 14곳 꼴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었다. 한계기업 비율은 2017년 13.7%에서 지난해에는 14.2%로 늘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잠재 한계기업 비율도 늘고 있어 한계기업이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3천200여곳의 한계기업이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돌아와 금융 불안의 요인이 된다. 가계 부채도 불안하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어나 6월 말 현재 423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진 빚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도 불안 요소다.


고위험 파생상품의 범람도 금융안정의 위협 요소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고객이 중도환매를 요청하면 응해야 한다. 여기에 대비해 발행대금을 국공채·회사채 등으로 굴린다.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중도환매를 요청하면 이런 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줘야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등을 갑자기 팔려면 헐값에 팔아야 한다.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이 파생상품을 금융 불안 요소의 하나로 지목한 이유는 고위험 파생상품의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다. 7월말 현재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 잔액이 117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재의 금융 안정성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심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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