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댓글 폐지만이 문제해결은 아니다
상태바
댓글 폐지만이 문제해결은 아니다
  • .
  • 승인 2019.10.28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매일신문 .>

국내 대형 포털인 다음이 최근 악성 댓글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판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이날 카카오톡 안에 있는 '실시간 이슈'에서 인물 관련 검색어를 삭제하고, 이달 안에 연예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폐지할 계획이다. 포털 다음에서 인물을 검색할 때 뜨는 관련 검색어는 올해 안에 없애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을 계기로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다시 주목받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포털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의 오염된 댓글 문화는 '충격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황폐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설리 죽음을 계기로 악플 폐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자행되는 고질적인 악플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를 폭행·비방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가 실명이 까발려지자마자 도를 넘는 악플의 융단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한때 '욕쟁이' 캐릭터를 앞세웠던 배우 김수미 씨조차 아들의 이성 교제와 관련한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을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의 방식이다. 현재 운용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폐지라는 '극약처방'을 쓰는 게 과연 정답인지, 또 그게 최선의 선택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좋든 싫든 댓글은 온라인상에서 우리나라 포털 이용자들의 중요한 소통과 공론의 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연예인들은 인기를 먹고 살며, 팬덤은 중요한 토대다. BTS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주역은 칭찬과 응원 댓글로 글로벌 여론을 주도한 '아미'였다. 이와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음주운전과 마약, 성적 일탈, '빚투', '미투' 등 연예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사고와 관련해서는 팬들의 감시와 질타도 필요하다. 연예 기사 댓글을 전면폐지한다면, 팬들의 건강한 여론조성 창구를 봉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로까지 얘기를 확장하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왜 연예 댓글만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저주와 혐오, 편향과 배타의 언어는 정치·사회영역에서 댓글 문화를 더 오염시키는데 연예 쪽에만 메스를 대려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다음 경영진은 "사회나 정치 뉴스와 달리 연예 뉴스는 인물 그 자체를 조명하는 면이 강해서 개인에 대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려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견 맞는 진단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댓글이 달리는 그릇 격인 함량 미달의 '잡동사니' 기사들이 오히려 더 문제일 수 있다.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개인 일상은 물론 공항 패션에 이르기까지 호기심만 자극하는 기사와 사진들이 생산되고, 이를 버젓이 포털에 도배하다시피 걸어놓는 연예 기사 유통·소비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 댓글만 없앤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