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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식탁에서 멀어진 金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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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식탁에서 멀어진 金징어
  • 윤택훈기자
  • 승인 2019.12.16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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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요즘 동해안에서는 오징어잡이가 제철이지만 동해안 수온 상승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남획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로 인해 동해안 오징어 채낚기 업계와 가공업체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날로 심각 해 지고 있어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오징어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 해 20만톤 넘게 잡히면서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종으로 국민들 식탁에 오르는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어획량은 점점 줄어 2017년 8만7,000톤까지 감소했고 2018년에는 5만톤을 밑 돌았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오징어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했고, 그 북쪽 바다에서 중국이 오징어를 싹쓸이 하고 있어 동해안 오징어 채낚기 어민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오징어는 점점 한반도 인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어종이 돼 가고 있고 어족자원 생태계가 악화되면서 씨가 말라 1마리에 1만원을 주고도 먹을 수 없는 소위 (金)징어로 불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민 생선' 명태가 연근해에서 자취를 감췄듯 오징어 역시 사라질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으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울릉도에도 오징어가 씨가 말랐다고 한다. 최근 울릉군수협에 따르면 울릉도 오징어 위판량은 2004년 4671톤, 2010년 2898톤, 2013년 1774톤, 지난해 750톤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지난달 24일 기준 491톤으로 폭락했다.

올해 위판량은 대부분 연초에 잡은 것이며, 성어기인 9∼11월 사이는 고작 30톤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오징어는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오징어 생물 위판가격은 2004년 1㎏당 평균 2418원에서 2010년 3395원, 2013년 5246원, 지난해 9882원으로 급등하다 올해는 1만300원까지 올랐다.

반면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17만3340톤에서 2016년 27만1352톤으로 무려 56.5% 증가한 것으로 울릉군수협 측은 추정하고 있다. 강원과 경북 동해안 어업인들은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싹쓸이 조업으로 우리나라 해역으로 회유하는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가 오징어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북한의 조업권 거래 금지 조치를 담은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할 조짐이라고 한다.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조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으며, 그해 140척이었으나 2010년 642척, 2013년 1326척, 2018년 2161척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1882척이 북한수역으로 들어간 가운데 992척만 남하하고 나머지는 조업 중이다. 이 때문에 울릉도 오징어 채낚기 어선 169척 중 130여척은 성어기를 맞고도 아예 한 번도 출어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속초와 강릉 동해, 울진 등 동해안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 모두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마찬가지 이유다. 어업인들은 중국어선들이 채낚기로 오징어를 잡지 않고 그물코가 촘촘한 쌍끌이 조업으로 오징어 회유 길목인 북한수역에서 모조리 잡아 남하할 오징어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은 각종 수산정책자금 대출에 따른 이자도 내기 어려워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오징어 손질과 건조로 생계를 꾸려가는 지역주민들도 오징어가 안 잡히면서 돈벌이를 못해 보일러 기름도 못 사는 형편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40년 역사를 이어온 강릉과 속초지역을 비롯한 오징어가공업계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국내산은 높은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원료를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면서 판매, 재고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원도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강릉지역 30개 회원사의 주력제품인 건포류 판매량은 올 4분기 들어 소비침체 여파로 전년 대비 50% 급감했다.

주요 납품처인 대형마트, 전국 전통시장의 주문이 크게 줄어 재고량은 늘고 있지만 업체들은 조업시간 단축 등 비상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페루 등 남미 지역에서 전량 수입해 확보한 원료(대왕오징어)를 일단 소진해야 하는 것이 이유다. 수입 물량 감소로 2년 전 최악의 위기를 겪은 업체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내년 2월까지 사용할 원료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판매 부진이 심각해도 생산량을 조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릉과 속초를 비롯한 오징어가공업계들은 이미 3년 전부터 동해안 연근해산 오징어를 아예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원료 단가 수준인 `1㎏당 3,000원 이하'가 되려면 어획량이 대규모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연근해산 오징어는 마리당 1만원이 넘으면서 쓸 엄두도 못 내고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하자 금융권에서 대출 상환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자금난도 심한데 경영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진퇴양난에 빠진 어업인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농민에게 지원하는 ‘농민수당’과 같이 ‘어민수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수역에서 오징어 싹쓸이를 하고 있는 중국어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에게 정부가 이젠 속 시원히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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