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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그레타 툰베리의 도전과 투쟁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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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그레타 툰베리의 도전과 투쟁 정신
  • 최재혁기자
  • 승인 2019.12.26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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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잡지를 꼽으라면 틀림없이 다섯 손가락에 들어갈 ‘타임’지에서는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인물을 뽑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리지 않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사람들을 선정해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역대 올해의 인물 중 최연소다. 다음달 3일에 17세가 되는 툰베리는 1927년 ‘올해의 인물’이 제정된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타임지의 연말 표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그 이유는 이 소녀가 기후변화를 화두로 인류와 지구 사이의 약탈적 관계에 대한 경고를 울리고, 분열된 세상에 배경과 국경을 초월한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세대가 주도하는 세상이 어떻게 다를까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2003년에 태어난 툰베리는 2018년 8월 당시 15세의 나이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kolstrejk for klimatet)’이라는 피켓을 들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국제적 이목을 끌었고, 이후 이에 동조하는 학생들을 규합, 매주 금요일 기후를 위한 시위를 하자는 ‘미래를 위한 금요 시위(Fridays for Future)’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이들은 이번 COP 25가 열리는 마드리드에서 지난 13일 50만 명이 모이는 시위를 했다. 8세가 되던 2011년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그는 먼저 부모를 설득해 육식을 끊고 비행기를 타지 않는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생활을 하도록 하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이런 심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자폐증의 하나인 아스퍼거(Asperger) 신드롬, 강박관념 같은 정신질환 증세를 겪기도 했다.

2018년 이후에는 학교 수업을 쉬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의 활동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3주간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과정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올렸고 그의 유튜브는 8만8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이후 매주 금요일 시위를 계속했고, 2018년 12월 270개 도시에서 2만명의 학생이 시위에 동참했다.

지난 8월에는 영국 플리머쓰(Plymouth)에서 미국 뉴욕(New York)까지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요트로 15일에 걸친 이른바 탄소중립 항해에 성공했다. 이어 9월 2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후행진(Climate March)’에 참여하고, 이어 미국의 많은 도시의 기후 시위에 참가했다.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류는 기후변화로 인해 실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는 현재의 어른 세대에 책임이 있다. 셋째, 기후변화는 젊은 세대에 불공평한 영향을 미친다. 넷째,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너무 미미하다. 나아가 그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1.5℃ 약속은 부족하고 정치인과 의사결정권자는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대 어른 세대로서 솔직히 이 소녀와 그들 세대에 부끄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돈과 성공만을 추구한 산업화 때문에 결국 인간과 지구의 다른 생명체의 삶이 통째로 위협받고 있는데도 아무도 이를 시정하려 들지 않으니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없을 것이다.그 결과는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한 해가 다가는 12월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소녀의 절규가 모두에게 전달돼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다소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말을 쏟아 냈다. TV로 보니 연설을 시작할 때 일그러져 화가 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격한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툰베리의 투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 또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우리 세대가 망쳐놓은 지구-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회복하기 위해 기성세대들과 정면으로 대항해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나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직접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있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강대국과 신흥개발도상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환경파괴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임할 할 수는 없다. 중국의 스모그 유입과 국내 산업공해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지구는 인간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자 인류 생존의 장으로 지속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온실가스가 과다 배출돼 자연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어린 소녀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용기 있는 도전과 투쟁 정신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강한 배짱은 아무에게나 있지 않으니까.

거리에 별의 별 것을 다 가르쳐주는 학원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간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느냐면서 아크릴 간판은 못되더라도 조그만 손수건에라도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고 써서 팔랑팔랑 흔들어야 할 것같다고 했다.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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