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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2020년 경자년, 공정한 사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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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2020년 경자년, 공정한 사회 되길
  • 최승필기자
  • 승인 2019.12.2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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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2019년은 어느 해보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허위와 가식, 이중 잣대가 넘쳐났으며, 정의와 공정은 사라졌고, 진실은 찾아보기 힘든 한 해였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이 4자성어처럼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8월9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심각한 갈등의 단초가 된 ‘조국사태’ 관련 신조어로 ‘조로남불’이 새롭게 등장했다. 조국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란 뜻으로, 평소 시국 사안마다 공정과 정의 주장하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 했으나 가족비리 등과 관련, 기자회견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모르쇠와 묵비권 등으로 대처한데 대한 비난이 담겨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가는 사이 불붙은 집값 오름세는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의 소재로 바뀌면서 ‘하우스 디바이드(House Divid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 용어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제기된 정보의 격차에 따라 계층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인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처럼 주택 문제가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올 한 해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만연했다. 교수신문은 최근 전국의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를 빗댄 표현으로, 33%에 해당하는 347명의 대학교수가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라는 뜻의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

옛날에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새가 살았다. 머리 하나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그중 한 머리는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결국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 모두 죽게 됐다고 한다. ‘공명지조’에 담긴 고사다.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로 양분된 한국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교수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고, 갈등의 골도 점점 깊어졌다고 진단했으며, 이대로라면 진보와 보수 모두 공멸할 것이란 경고도 담겨 있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晋)나라 평공(平公)이 중신 기황양(祁黃羊)에게 물었다. “남양현(南陽縣)의 현장(縣長)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좋겠소?”이에 기황양은 주저 없이 “해호(解狐)가 좋습니다. 그에게 맡기면 잘 할 것입니다”평공은 뜻밖이라 여기고 다시 물었다. “해호는 그대의 원수인데 하필 그를 천거하다니 이유가 무엇이오?”기황양은 “전하께서 누가 적임(適任)인지 물으셨지 저와 해호 사이를 물으시지는 않았지요?”라고 대답했다.

평공은 기황양의 천거대로 해호를 임명했더니 그 직무(職務)를 잘 수행(遂行)했다고 한다. 기황양의 도량(度量)과 품덕(品德)을 높이 평가한 평공이 얼마 후 다시 그를 불러 물었다.“지금 조정에 법관(法官)이 필요한데 누가 적임자겠소?” 기황양은 또 거침없이 말했다.“기오(祁午)가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평공이 놀라며 또 물었다.“기오는 바로 그대의 아들이 아닌가. 아들을 천거(薦擧)했다가 여러 사람들의 비방(誹謗)이 두렵지 않겠소?”기황양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누가 적임자냐고 물으시기에 기오를 천거한 것이지 저에게 기오가 자식인지 아닌지를 묻지는 않았습니다”평공은 이번에도 그의 천거대로 기오를 임명했더니 그 역시 법관의 직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한다. 공자는 기황양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기황양의 공무수행 자세야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 하다고 말 할 수 있다”‘대공무사’는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대의를 위한 공정은 사라진 듯 하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조국 전 장관의 영장기각을 놓고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내년 총선부터 적용될 새로운 선거법이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가 29일 밤 0시 임시국회 회기기 끝나면서 자동 종료됐다.

이 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30일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면 바로 표결에 들어가게 되지만 정치권의 날선 신경전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라는 뜻으로, 이 두 식물은 서 있는 다른 나무를 사이에 두고 하나는 좌측으로, 하나는 우측으로 감아 올라간다. 결국 이 두 식물은 서로 방해가 되기 때문에 모두 올라가지 못해 공명하고 만다. 쥐띠의 해인 2020년 경자년(更子年)에는 갈등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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