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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만 18세 선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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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만 18세 선거’ 참여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0.01.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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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한 해가 바뀐 지 10일째다. 또 올해 대한민국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95여일 앞둔 시점이다. 그 95여일도 금방 지나갈 테다. 불과 며칠 전 세상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새해 각오를 다졌는데 시간은 무심하게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다.
 
갓 시작된 2020년에는 새로운 세대의 에너지가 충만해 20세기 낡은 가치가 사라지고 21세기 긍정과 희망의 세상을 여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 ‘새 천 년’(2000년대)을 경이롭게 맞이했던 1900년대 출생의 기성세대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숫자로 여겼던 ‘2020년’을 살아가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만 18세 청소년들도 선거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 유권자가 56만명가량 늘어나고, 이 가운데 10% 정도는 당장 4ㆍ15 총선에 참여할 수 있다. 이제껏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19세가 돼야 선거권을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였다.
 
만 18세의 정치적 판단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 이 연령대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교육에 매몰돼있었고,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부족하다느니, 교사의 정치편향적 발언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느니 하는 우려도 이어졌다.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전국 고교생 143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65.9%가 투표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데 동의했고, 반대하는 경우는 18.4%에 불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만18세가 된다. 늦게 입학하면 고3학생 중에서도 일부 만18세가 있다. 그래서 만18세는 일부 고3년생에서부터 고교 졸업생, 대학 1년생까지 존재한다. 고3생들은 대학입시 또는 사회 진출을 위해 학업과 수련에 매진하는 시기이다. 또 고교 졸업생과 대학1년생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 세계에 안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을 잘 겪어야 한다. 그러면서 성년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질 준비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만18세를 ‘주변인(周邊人, marginal man)’으로 분류하는지도 모르겠다.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해 양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그런 주변인.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곳에 속해 있으면서도 완전한 대학생도, 완전한 직장인도, 완전한 사회인이라기에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경계인. 마치 완전의 공간에서 불완전의 존재로 인식되는 신입생, 신병, 애송이처럼 말이다.
 
만18세들이 드디어 선거 투표장에 입장한다. 논란 끝에 지난달 27일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오는 4·15총선에서부터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역사적 순간을 시작한다. 주변인과 경계인에서 일약 ‘주권인’으로 도약하는 우리 시대의 당당한 국민으로 우뚝 서는 존재감이 시작된다. 청소년의 위치에서 성년과 똑같은 의사표현하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1000년의 시간을 넘기는 듯 묘한 분위기를 안고 해가 바뀐 2000년에 태어난 ‘천년둥이’들은 세상물정을 알아가기 시작할 20대 청년기로 접어들었다. 지난 한 시절을 호령했던 50대 이상은 20세기 후반기를 넘어 2000년대 출생한 세대에 세상 주도권을 넘겨줘야 하는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체감할 법도 하다.매년 세상을 변화시킨 새 바람이 불지 않은 적은 없었다.

올해 불 바람의 의미는 남다르다. 오는 5월 10일이면 출범한 지 만 3년이 되는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지점에 총선이 치러진다는 것이 예사롭 않다.오는 4월 15일 21대 총선 투표 뒤 개표가 끝나면 세상은 확 바뀔 것이 분명하다. 총선이 끝나면 2년 앞둔 차기 대통령 선거의 바람이 광풍처럼 몰아치고, 2022년 대선과 함께 치를 다음 지방정부의 향배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4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연말 여야 각 정당이 총선 룰을 정하는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사활을 건 한판 큰 싸움을 벌인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다. 그 과정에서 ‘묘수’인지 ‘술수’인지 모르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온갖 수가 동원됐다. 몸싸움과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등으로 연출된 ‘동물 국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또 익숙한 것처럼 국민적 여망과 요구를 들먹이는 데는 여야 구분이 없었다. 난수표처럼 변한 선거 룰의 정확한 내용도 모르는 국민은 “언제 물어봤느냐”고 따져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은 선거 때를 기다려 어떤 식이든 옥석을 가려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지지 세력이 없다는 국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투표장에 나가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것이 국민적 도리라고 봐야 할 판이다.
 
그래서 ‘새 천 년’ 전후 인생을 시작한 세대들이 ‘토론과 합의, 인정과 양보’는 절대 없는 양 극단의 꽉 막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번에 ‘천년둥이’들이 첫 투표를 하는 데다 그 이듬해 출생자는 물론 만 18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 선거법 개정으로 4월 16일 이전 태어난 2002년 ‘월드컵세대’ 50만 명도 유권자로 나선다.
 
새로운 시대를 살 밀레니엄 세대(Y2000·1990년 중반 이후 출생)는 물론, 지난해부터 존재감이 커지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 출생)가 20세기 낡은 유물인 ‘극단 세력의 지배권 다툼’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양 극단 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상식과 합리적인 세상을 고민하는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개척할 미래에 희망을 건다.2020년은 새로운 세대가 자기 시대를 여는 출발 선상에 선 해이기도 하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기성세대들도 그들의 미래를 함께 열자. 인생 경험이라는 귀한 가치를 새 세대와 나눠가지는 지혜도 필요하다. 세월 따라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생 100세 시대’ 사람으로 치자면 어느 새 청년기에 접어든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세대들은 극단적인 사고보다는 상식과 합리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세상을 그려나갈 것으로 믿는다.
 
기대가 크다. 애송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알려주는 젊은이로, 나태함에 빠진 기성세대들을 질책할 수 있는 예리한 질문과 요구로 변화를 이끌어가려는 그런 참신함에 대한 기대이다.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고, 불법선거에 휩싸이지 않고, 모리꾼에 휘둘리지 않고, 맹목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만18세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시각, 감각을 기성세대에 마음껏 보여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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