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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봉 감독, 이젠 더 높은 길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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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봉 감독, 이젠 더 높은 길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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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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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국민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하는 쾌거를 올렸다. 세계 영화계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제작사까지 꿈의 무대인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르기 만해도 큰 영광이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본선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고, 6개 부문 중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에 이어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4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계의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할리우드 등 선진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영세하기 그지없다.

필자도 80년대 충무로를 출입하면서 느낀 일이지만 국내의 영세한 제작사들은 예술성은 차치하고, 영화 한편으로 어떻게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인가만 구상에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제작사나 감독 그리고 출연배우들이 흥행에 성공하면 그보다 좋은 행운이 없겠지만,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여기에 디테일한 예술성이 짙게 가미돼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아카데미에 오를 수 있다. 그 당시 한국 영화계 거장감독으로 불리던 임권택 감독이 50년대 영화 한편을 촬영할 때 일화를 소개하겠다.

임 감독은 이 영화 한 꼭지를 촬영하기 위해 촬영현장에 와서 그곳에 놓여 있는 가구 등 소품을 둘러보고 나서 영화촬영을 하지 않고 돌아가 버리는 일이 있었다.임 감독은 “이것이 50년대 소품들이 맞느냐”며 큰 소리치고는 “너희들이 촬영하라”고 스텝 진들을 혼내고 돌아가 벼렸다.

당시 스텝진들이 촬영시간에 쫒겨 50년대 말 소품을 구하지 못해 우선 60년대 초 소품들을 배치해 둔 것이 화근이 됐다. 임 감독의 촬영 스타일은 영화내용과 다르게 소품 등이 비치돼 있으면 촬영에 임하지 않은 정도로 디테일을 추구하기에 이날 촬영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이 된 봉준호 감독도 촬영 때 더욱 디테일을 추구하는 감독이여서 봉준호 이름 뒤에 디테일을 붙여서 ‘봉 테일’로 불리고 있다. 외국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봉준호는 한국영화로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것도 촬영 디테일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19년 ‘의리적 구투’로 시작한 한국영화 101년 역사뿐 아니라 올해로 92년을 맞은 아카데미상의 역사도 새로 썼다. 외국영화가 갖는 자막의 장벽과 백인위주 할리우드의 오랜 배타적 전통을 넘어서 아시아계 영화로는 기념비적인 성적을 거둔 것이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무대에 오른 것은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국제영화상 부문에 출품된 지 57년 만의 일. 한국 영화로는 최종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영화 ‘기생충’은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그 의미가 더욱 더 크다.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쥔 것은 역대 두 번째며, 64년 만이다.

이번 아카데미에 감독상 최종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실 만으로도 감격했던 봉 감독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감독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출신 리 안 감독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이며, 봉 감독과 함께 한진원 작가는 각본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유럽영화제에 이어 대중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까지 접수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영화 ‘기생충’은 북미시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상업적 성공도 이뤄냈다.

이제 봉준호 감독은 세계영화제와 흥행, 평단을 모두 장악한 어엿한 세계 주류 거장감독 반열에 올랐다. 일제 식민지 변방에서 어렵게 시작한 한국영화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만큼 성장해 이제 세계영화의 중심 할리우드무대까지 장악하게 됐다.

거대자본이 모여드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으로 ‘기생충’의 해외흥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생충’의 성공으로 한국영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고, 위상 또한 높아지고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조문희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됐다”면서 “‘봉준호만 신난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이번 아카데미상 4개 부문수상은 불붙는 유전에 화염방사기를 들어대는 모양새다”고 한 신문에 기고했다.

그는 “아카데미 위상이나 파워가 예전 같지 않았던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기생충’과 봉 감독이 일으킨 파란이 일거에 뒤집으며 역사적 문화 이벤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영화계가 지금처럼 흥행실패를 피하려고 천만영화 흥행공식에다 배우 캐스팅에 의존해 영화를 만드는 태도는 종식돼야 한다는 영화평론가들의 조언이 많다.

이제부터 국내외 유수콘텐츠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영화가 세계 영화시장에 통할 수 있도록 콘텐츠제작에 박차를 가해야 봉 감독도 ‘기생충’을 뛰어 넘는 명작영화가 계속 나오도록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다 뛰어난 창작자와 신인 영화감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트렌드와 신기술에 기반한 대형 IP를 제작해 한국의 문화콘텐츠 사업의 글로벌화로 나갈 수 있도록 정부지원 또한 필요하다 하겠다.

봉준호 감독도 아카데미 4관왕에 취해 있기보다 ‘기생충’보다 더 디테일한 명품영화를 만들어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 한국의 뛰어난 대중문화와 예술을 계속해 알리는데 더욱 정진해 주기를 주문한다. 봉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감독 반열에 오르자 뒤늦게 국내 정치권과 지방정부들이 너도나도 여러 가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영화가 계속 세계무대에 올라서려면 정부나 정치권이 방해하지 말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때는 좌파 영화감독으로 플랙리스트에 올려, 낙인까지 찍어 ‘빨갱이’취급한 당시 집권당이나 정치인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시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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