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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0]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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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0]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2.2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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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바이러스 명칭에 지명을 붙이는 것은 그 지역이 ‘우한’이건, ‘대구’건 간에 증오와 차별을 부르는 폭력일 뿐이다. 코로나19에서 얄팍한 정치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를 맡고 싶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폭증을 계기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고 있으나 내가 서 있는 곳이라고 안전하겠느냐는 공포는 쉬 떨칠 수 없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된지 알 수 없어 만인이 만인으로부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거리는 이동하는 사람이 줄어 텅 비고,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의 경제활동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한국여행에 주의를 요구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코리아 포비아’ 현상마저 감지된다.

정부도 이번 주부터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으나 뒤늦은 대처로  코로나19는 들불 번지듯 시(市)를 넘고 도(道)를 넘어 대한민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누구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정부와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확진자 폭증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심각한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보여준 상호 응원과 격려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일 신천지 대구교회의 코로나19 확진자 증폭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대구시청을 방문 “대구시와 시민 모두 힘을 모아 현 상황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마스크 2만개를 전달했다.

광주시의사회도 대구시의사회에 같은 날 마스크 1만개를 긴급 지원했다. 앞서 대구시는 신천지 교회 발 지역 전파가 표면화되기 전 광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난 12일 광주시에 마스크 1만개를 보내 왔었다.

전남도 역시 지난 20일 경북도청을 찾아 5톤 화물차 1대 분량의 위문품을 전달했다. 전남도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방역물품은 물론 전남지역의 특산품도 함께 보냈다.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영·호남의 공동체 의식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사실 대구·경북만큼은 아니 지만 광주·전남의 상황 역시 그리 여유로운 실정은 아니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추가되는 확진자들로 인해 지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여느 지역과 다를 바 없다. 어렵고 힘들지 않는 지역은 없다. 그럴수록 진정 어린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영·호남이 행동으로 옮겨 희망의 씨앗을 틔우고 있다.

반면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총선 대구에서 출마하는 미래통합당의 한 후보는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그는 대구 시내 번화가에서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더할 나위 없이 저급하고 어처구니없는 작태에 대구시민들마저 눈살 찌푸렸지만 ‘대구’로 이미지화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보수 야당 역시 정치적 노림수의 혐오 부추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염증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 세계보건기구(WHO)가 병명에 지리적 위치 등을 배제하는 원칙을 권고함에도 불구 부득불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을 꿈꾸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각별한 ‘우한 코로나19’라는 명칭에 대한 고집은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정치라는 외투를 걸친 것이다.

황 대표의 ‘우한 폐렴’의 명칭 집착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시작된 대구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대구 폐렴’이나 ‘TK 코로나’로 불러 서는 안된다는 호소에 비춰볼 때 자가당착이다. 부끄럽고 발등 찍힌 꼴이 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한’을 고집한다.

이에 질세라 지난 25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TK 봉쇄’ 조치의 말실수가 대구·경북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홍 수석대변인의 ‘TK 봉쇄’조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꼽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조기 극복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바이러스 명칭에 지명을 붙이는 것은 그 지역이 ‘우한’이건, ‘대구’건 간에 증오와 차별을 부르는 폭력일 뿐이다. 코로나19에서 얄팍한 정치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를 맡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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