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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로명 주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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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로명 주소’ 혼란스럽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태백담당>
  • 승인 2014.01.16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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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를 공식 발표한 이후 2년여가 지났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 사용률은 17.7%에 불과하다. 2014 갑오년에 전면 시행된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표기하는 새 도로명주소 제도에 예견된 만큼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정부는 17년의 제작기간에 3900여억 원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붇고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2000억 원에 달하는 홍보비를 투자했다. 본격 시행 전부터 말들이 많았지만 정부는 괜찮을 것이라며 다독였고, 도로명주소를 안내하는 사이트인 도로명주소안내시스템(www.juso.go.kr)과 무료로 배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주소찾아’ 앱은 수만 건 이상이 다운로드 됐지만 작동이 안되거나 일부 주소가 누락되는 등 부작용을 드러냈다. 오히려 새 주소를 사용하다 보니 불편이 가중돼 새로운 정책의 도입이 쉽지 않은 꼴이 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시민들의 반응은 ‘잘모르겠다’, ‘불편하다’가 절대 다수다. 택배업체 등은 배달지연 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경찰과 소방서는 응급 상황 대처에 초긴장 상태다. 곧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물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로 바뀌었지만 그 건물이 자리잡은 토지의 주소는 그대로다. 즉 건물등기부등분에는 옛 주소가 그대로다. 부동산 거래 시 토지의 주소를 표시하는 지번 방식은 예전 지번 주소 그대로 사용하지만 계약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써야 하기 때문에 건물의 주소는 바뀌었지만 토지의 주소는 예전 지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부동산중개사는 도로명주소는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에 번호를 매기는 방식인데 토지 중에는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거나 건물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지번 주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내비게이션 업계도 큰 혼란에 빠졌다. 새 도로명주소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도로명이 많아 엉뚱한 곳을 안내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내비게이션 이용자들은 업계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업계는 반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술적 한계와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으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전무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부친 꼴로 무지와 불편을 넘어 이제는 혼란으로 야기되고 있는 실정으로 결국엔 정부와 행정기관에서만 쓰는 ‘공공기관 전용주소’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 새 도로명주소에 따라 찾다보면 ‘길’과 ‘길’이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예를 들면 한 블럭 안에는 공통 지번에 상세지번이 있었지만 새 도로명주소는 한 블럭 안에 각각 다른 길의 주소가 존재하다 보니 찾기가 더욱 힘들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택배 찾으러 큰 도로까지 휴대폰을 들고 찾으러 가야 하며, 새 주소로 음식을 시키면 배달이 안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도로명으로는 헷갈려서 찾지를 못한다는 등 불편을 항의하며 더 혼란에 빠지기 전에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글들이 도배되고 있다. 정부는 예상 외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속적인 홍보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하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분명 정부가 홍보나 제도 도입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증거인 반면 국민들의 ‘설마’라는 인식이 새 도로명주소를 시행하자 즉각 반응을 내면서 불편하다는 혼란스러움만 나타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도로명주소 사용으로 긴급 재난시 빠른 출동으로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신분증에 의무적으로 새 도로명주소 기입 재발급, 전 국민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에 가입된 개개인의 주소를 새 주소로 알림 통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기에 시민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의 후속대책이 시급한 실정인 반면 이미 제도가 바뀐 만큼 빠르게 도로명주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최우선일 것이다. 골목길이 많은 도시지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최근 감지되는 새 주소 도입에 따른 보이스피싱 폐해를 막는 것 등이 그 사례일 것이다. 제도가 시행돼도 공공분야 외 민간분야에선 옛 주소와 새 주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새 주소를 안 쓴다고 과태료를 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정에 배달된 안내문에 적시된 새 집주소를 한 번 더 익히는 노력은 이 제도를 빨리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100여 년 만의 주소 체제 개편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를 정착시키겠다는 이유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도로명 주소 도입이 필요한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홍보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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