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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식칼럼-공직자 언행에 신중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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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식칼럼-공직자 언행에 신중기해야
  • 대기자
  • 승인 2014.01.2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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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실언파장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2일 신용카드사들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소비자들도 정보 제공에 다 동의해 주지 않았느냐며 카드대란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에 대해 야당은 24일 현 부총리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고 여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7박9일간의 인도, 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번 파문은 예상치 못한 짐이 되고 있다.박 대통령 순방 기간이었던 지난 20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카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민간기업이 잘못한 일인데 마치 정부가 잘못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카드회사의 정보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인 만큼 정부가 바로 나서기보단 해당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면서 비판의 화살은 정부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논란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현 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기자들이 실명을 거론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의 사퇴를 고려하느냐고 묻자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라면서 한 얘기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고 덧붙였다.이 발언에 전해지자 일부 언론은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느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현 부총리가 한 번이라도 직접 카드 발급 신청을 해봤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창구 직원이 신청사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주는 대로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 20여 개에 이르는 신상 정보를 적은 후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에 서명해야만 한다.이렇듯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아예 신청조차 되지 않으니 고객이 문장을 꼼꼼히 따져볼 이유가 없다. 현 부총리가 말한 불합리한 관행이란 고객이 동의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강압적으로 고객 정보를 요구하는게 현실이다.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것도 금융회사가 정보를 잘 쓸 것이라는 선의를 믿고 한 것이지 범죄에 악용할 것이라고 믿었다면 어느 누가 동의했겠는가...더욱이 현 부총리가 정보 제공에 다 동의해줬지 않느냐며 금융소비자들을 탓한 것은 더 문제다. 말은 맞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만들어 놓은게 누군가, 신용카드사에서 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20여 가지가 넘는 민감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선택적 동의조차도 불가능한게 현재의 시스템이고 이를 방치한게 정부다. 현 부총리가 이런 현실을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후안무치요 모르고 했다면 자격 미달인 셈이다.박 대통령은 설 연휴 이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고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3월부터 본격적인 경제살리기 드라이브를 걸어야하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을 교체할 경우 청문회 절차와 후임 인사 등으로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게 청와대로서는 엄청난 부담 요인이 아닐수 없다.특히 집권 2년차인 올해는 국정 운영의 성과물을 내는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여서 박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청와대나 내각 진용을 새롭게 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청와대 기류다. 최근 김기춘 비서실장 사표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설 등과 맞물러 전반적인 인적, 쇄신론이 거론될 때마다 청와대가 강력 부인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하지만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수습할 카드가 마땅찮은 점이 청와대 고민이다. 인사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란게 청와대의 분위기지만 들끓는 민심을 달랠 뾰족한 방법도 없다. 현 부총리가 우리 모두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았나라며 금융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 악화에 불을 지핀 격이어서 청와대가 현 부총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사상 최악의 신용정보 유출 사태로 온 국민이 공황상태인데 정부 경제팀의 수장은 국민 불안감과 분노에 연일 기름을 붓고 있다”며 “직접 책임있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무능한 경제부총리는 변명말고 즉각 석고대죄하고 짐을 싸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공격했다.여당 일각에서조차 현 부총리의 사퇴 요구가 나오자 청와대는 난감한 표정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야당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 “사람 바꾸라는게 제일 쉽게 하는 말”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현 부총리의 발언은 말 실수이지 문제의 본질이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은 사태를 수습하고 일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여하간 고위공직자 일수록 말 한마디 한 구절을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감독 부실을 탓하는 민심이 들끓고 있는 판에 경제부총리가 해서는 안될 말이다. 현 부총리는 뒤늦게 대변인 메시지를 통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으나 국민의 마음이 크게 상한 뒤인 만큼 파문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따라서 금융뿐 아니라 고객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나 인터넷 사이트의 보안대책도 이번 기회에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국회에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9건의 개인정보 입법을 독려함과 더불어 개인정보거래 암시장을 뿌리 뽑을 방안도 필요한 시점이다. 현 부총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좀 더 충실히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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