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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식칼럼-이산가족 상봉 이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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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식칼럼-이산가족 상봉 이번만큼은...
  • 대기자
  • 승인 2014.02.0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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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 실무접촉을 5일 또는 6일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3일 5일 또는 6일에 남측이 편리한 날짜에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에따라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오는 5일 갖자고 북측에 답신했다. 정부는 3일 오전 북측이 우리측의 제의를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2월5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발송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한의 이날 입장 통보는 우리 정부가 이달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지난달 27일 제의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서 될 수 있으면 제일 빨리, 최대한 빨리 (상봉 행사가)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이날 통지문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는 최소 2주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실무접촉으로 애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2월 중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하며 남북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일을 수정 제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김정일 생일(2월 16일) 기념에 역량을 총 결집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그 다음날인 17일 상봉행사를 바로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정략적 이해보다 인도주의적 가치를 앞세워 온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북한의 대화제의를 환영했고 평화적 분단 관리라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위해서도 그렇다. 남북이 대화를 위해 무릎을 맞대는 것 자체는 남북 화해를 촉구하고 군사충돌을 불식 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그것이 남북상생과 각각의 경제안정을 담보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정부 당국자는 2010년 이후 상봉행사가 중단됐고 추석이 아닌 설에 이뤄지는 이례적인 겨울상봉 이어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상봉대상 가족을 평양에 불러 모아 한 달 이상 집체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장성택의 전격 처형과 그후 숙청으로 이른바 대남 일꾼이 줄어든 것도 상봉 준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신년들어 이례적이다 할 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차례 제의해 왔다. 보수층에서도 평화공세, 말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비방을 중단하자는 등의 중대 제안이 결코 위장공세가 아니다라는 진심을 토로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이에 우리측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행동을 요구하자 불과 2시간 만에 이산가족 상봉 수용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9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상봉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금강산관광을 연계하려는 듯한 기존의 태도도 되풀이 했다. 그랬던 북한이 아무런 상황변화가 없는데도 보름만에 입장을 바꾼 배경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도 금강산관광 재개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상봉을 수용한 순수성에 오히려 의구심을 갖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다. 이렇듯 북한이 이 시점에 대화의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많은 이유들이 있다고 본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뒤숭숭한 내부를 장악하고 유일적 영도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주민에게 약속한 인민경제 향상을 위해서는 국제제재를 완화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2013년의 로켓발사, 핵실험, 전쟁위협, 잔인무도한 장성택 숙청 등으로 축적된 최악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지금은 북한의 대화제의를 정중하게 다루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정권의 속내를 간파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나쁜 상황들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부 결속을 위한 외부 긴장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기 때문에 철저한 응징태세로 도발을 억제해야 함은 물론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위한 북한의 노력도 줄기차게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북한이 이렇게 흔들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내부정세가 그 만큼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6일에는 김정은의 지시로 장성택 일가, 친인척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 및 숙청이 자행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산가족 상봉을 반기면서도 북한의 정세 변화에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달 29일 지난 60년간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지속된 것은 어떤 급변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한·미 군사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방어적 목적의 한·미 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이라며 밝혔다. 북한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일축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무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98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총 12만9264명이다. 이들중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신청자의 44.7%인 5만7784명이 이미 고인이 됐다. 현재 생존자는 7만1480명으로 그나마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번에 양측에서 각각 100명씩 만나서는 생전에 그들의 한을 풀어줄 길은 없다는 것을 인식, 보다 과감한 만남의 길을 터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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