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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제헌절과 정도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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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제헌절과 정도전의 철학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4.07.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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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 '정도전'에서 우리 정치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나왔다. 천도에 반발하는 신하들을 이성계가 모두 투옥하려하자 명에 갔던 정도전이 돌아와 이성계와 독대하면서 "간쟁은 신하들의 올곧은 소임이며, 군왕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자는 밥버러지일 뿐 제대로 된 신하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대통령이 하는 말을 받아쓰기하는데만 급급한 정부고위직 인사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정도전의 대사에 따르면 모두 ‘밥버러지’가 된 셈이니 통렬한 질타이다. 현정부출범이후 대통령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리더십이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지시사항 받아쓰기에만 충실한 행태를 보여온 것도 그런 사람들로만 채워졌거나 ‘안된다’라고 간언하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는 리더십으로 비쳤기 때문에 ‘알아서 기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답도 정도전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성계가 "그렇다면 임금의 소임은 뭐냐?"고 묻자 정도전은 말한다. "듣는 것입니다. 참는 것입니다. 그리고 품는 것입니다."라고... 대통령이 듣고, 참고, 품으려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은 수첩에 머리박고 받아쓰기만하게된다. 소통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지도자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정도전의 대사가 담아내고 있는듯하다. 올해 제66회 제헌절을 맞이하면서 얼마 전에 종영된 사극 '정도전'을 통한 흥분과 감동이 또다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정도전'을 찾아 열광했을까? 그는 조선왕조를 개국한 공신이었으나 이방원에게 피살된 뒤 1872년 고종때 관직과 명예가 복권되기까지 무려 474년 동안 그 존재감을 상실 당했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에 대한 재조명으로 그가 품었던 야망과 꿈꾸던 민본정신이 빛을 발휘하게 되었다. 군왕이 백성의 주인으로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왕은 백성을 위한 도구이며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라고 절규했던 그를 통해 우리는 전율하는 감동을 받게 된다. 제헌절과 '정도전'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무슨 생뚱맞은 말인가 하겠지만 우리나라 제헌절, 7월 17일은 1392년 조선왕조 태조 이성계가 왕으로 즉위한 날이다. 정도전을 비롯한 여러 공신의 힘을 얻어 당시 부패하고 희망이 없는 시대를 마감하고 무혈혁명으로 조선이 새롭게 개국한 날이다. 과거 어둡고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민족의 해방을 맞이하였고 국가의 근본을 만드는 시급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1948년 7월 17일 건국헌법을 제정ㆍ공포했다. 조선왕조 개국일인 7월 17일에 맞춰 순국선열들이 피를 토하며 부르짖었고 목숨을 바쳤던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선포한 것이다. 이듬해 1949년에는 제헌절을 국경일로 지정하면서 대한민국이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헌법에 의한 통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럼에도 오늘날 자유민주 기본질서와 국가관의 강조를 이념논쟁으로 다투기도 하는 현실에서 제헌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포했다.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된 지 66년을 경과했고 그동안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주권이 변하거나 강조되지 않은 적은 없다. 반면 과거 중국의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며 군대를 장악하는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라고 말했지만 전제군주시대도 끝나고 공산치하도 붕괴되고 말았다. 국민이 주인인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이며 앞으로도 목숨 바쳐 지키고 발전시킬 고귀한 헌법정신이다. 국가권력이든 지도자이든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선언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국민이 주인으로서 말하고 행동하며 대접을 받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주인의 존재감은 무엇으로 실감할 수 있을까? 헌법을 기초로 세워진 우리사회 법과 질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법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측면이 상당한 현실이 안타깝다. 갈수록 급변하는 제정세 속에서 거침없이 달려드는 격랑을 헤쳐나갈 대한민국이 반드시 지키고 발전시킬 뿌리와 기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고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원활해야 한다. 각자의 적성과 능력이 최선으로 발휘되어 자신의 발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할 동력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청소년들이 구김살없이 성장하고 성숙함으로써 이 나라의 지도자로 자리잡도록 원대한 꿈과 용기를 주어야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난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자유ㆍ민주ㆍ정의ㆍ평등ㆍ복지로 요약되는 헌법정신과 가치에 있다. 법은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지켜야 하는 점에서 법이 만들어지려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까지 수많은 이해타산이 정리되고 합의에 이른 우리 모두의 약속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상호신뢰이고 질서이기도 하다. 제66회 제헌절을 맞이하면서 법과 질서를 좀더 알아가고 이해할 뿐 아니라 아끼고 존중하면서 잘 지켜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요 주인 앞에 “주인님, 말씀하소서”라고 국민을 섬기고 받드는 공복(公僕)정신으로 민주시민의 자질과 소양이 생활화되기까지 법과 질서가 살아 숨쉬는 세상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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