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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 서길원 칼럼 ‘미안함’이 ‘황송함’이 된 리퍼드 대사 피습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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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 서길원 칼럼 ‘미안함’이 ‘황송함’이 된 리퍼드 대사 피습사건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3.11 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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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리퍼드 대사의 피습사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한마디로 호들갑이고 과공비례(過恭非禮) 그 자체였다. 위로가 황송함으로 비춰지면 곤란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한 망상가의 공격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던 마크 리퍼드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0일 퇴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퇴원 기자회견을 통해 "비온 뒤에 땅이 굳어 진다"며 "훌륭한 우정과 한국 국민들의 성원에 다시 감사드린다. 같이 갑시다"고 말했다. 아마도 피습사건 이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보여준 관심과 한미동맹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동시에 리퍼드 대사의 그 말은 보편적 사고를 가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아마도 듣고 싶어 했던 말일 것이다.

벙긋하면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은 국가 안위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필자도 그가 밝은 모습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낸데 대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그러나 필자는 리퍼드 대사에 대한 어쩌구니 없는 피습사건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대응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언어에서 발달한 형용사를 빌리자면 부끄러움이나 무안함, 또는 창피함 같은 그런 단어들이다. 한마디로 대국을 대하는 약소국의 비애를 이번 리퍼드 대사 피습사건에서 자화상을 보듯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대신한 사절에 대해, 그 것도 주요 우방국의 대사를 살해하려 했다는 점은 매우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심각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한 정신나간 자의 돌출행동이라 치부하더라도 정부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외교적 파장은 상황에 따라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그렇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싶다.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해당 국가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이자 주권국가의 당당함일 것이다.

 더구나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해당 국가인 미국도 이번 사건이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거나 무슨 큰 배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대착오적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힌 한 개인의 돌출행동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리퍼드 대사 피습 이후 미국이 곧바로 “한미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공고하게 유지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잇다.우리도 미국의 반응과 같은 태도위에 사과를 곁들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퍼드 대사의 피습사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한마디로 호들갑이고 과공비례(過恭非禮) 그 자체였다. 위로가 황송함으로 비춰지면 곤란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쾌유를 빈다면서 개고기와 미역국을 건네려는 행위에는 실소가 나오지만 정성으로 보아 줄 수도 있는 헤프닝이다.하지만 어느 종교단체의 신도들이 리퍼드 대사의 쾌유를 비는 부채춤을 추고 난타 공연까지 했다는 지경에 이르면 황당해진다. 조선시대 병자를 낫게 한다며 굿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쾌유를 빌기 위해 부채춤을 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그래도 여기까지야 흔히 말한 민간인 신분들이기에 ‘별의 별 일’이라며 혀 한 번 차고 씁쓸히 웃으며 돌아서면 될 일이다.여야 대표가 방문하고 국무조정실장과 외교부장관, 경제부총리, 국무총리가 잇따라 방문한데 이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며 첫 행사로 방문한데 이르러서는 심히 불편해진다. 대통령은 리퍼드 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를 하는 것이 품격상, 관례상, 의전상 훨씬 보기 좋았을 것이다.더구나 진행된 모습을 보면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사고라기 보다는 이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점점 짙어가는 듯 보여 짜증스럽기 그지 없다.

이번 일을 기화로 색깔론을 들고 나와 정부여당이 가까이는 4.29보선에 활용하고 나아가 정국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읽어지기 때문이다. 종북세력의 조직적인 범죄로 몰고 가고 있는 듯 한 분위기가 그렇다. 선거에 불리할 것 같아 아예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야당의 비겁함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임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다시금 생각해주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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