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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 서길원 칼럼-참담한 지도층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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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1] 서길원 칼럼-참담한 지도층의 민낯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4.22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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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민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희망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함축한 말이다. 이 말은 과거 로마제국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로마 귀족들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신보다 권력이 많고 재물이 많아서 상류층이 아니라, 당신보다 더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알기에 상류층이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재력가의 자식이기에 ‘화난다’며 출발하는 비행기를 되돌리거나 기업인에게 뇌물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적어도 초기 로마에서는.평민에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을 보이는 것이 지도층의 제일가는 덕목이자 의무였으며 명예였다. 로마제국이 1,300년을 유지했던 근원이 바로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있다.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은 솔선하여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 전쟁에 참여했고 16년 간의 제2차 포에니 전쟁 중에는 13명의 집정관이 전사했다. 집정관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로마의 관리 중에서 가장 높은 관직으로 오늘날의 대통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귀족들의 전시 사망률은 평민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귀족들의 전시 사망은 평민들이 전쟁터에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데 주저하지 않고 용감히 싸울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로마군이 용맹했던 이유다. 또한 로마에서는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은 호민관이나 집정관등의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었을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당연하게 여겨졌다.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권시절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들이 모여 안보관련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은 국방장관 한 사람이었다는 실화는 차라리 개그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앞장서서 나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들의 자녀들까지 포함한다해도. 로마 귀족들은 또 포에니 전쟁때에 전쟁세를 신설, 재산이 많은 원로원들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감수했다. 그들은 제일 먼저 기부를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레에 돈을 싣고 국고에 갖다 바치기도 했다. 이것을 본 평민들이 앞다퉈 세금을 내게 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로마의 지도자들이 국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내놓을 줄 알았기에 시민들 역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로마도 오현제시대가 지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쇠퇴하며 쇠락과 멸망의 길을 함께 걷게 된다.

공화정시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부유해졌지만 상류층은 솔선수범하기는 커녕 현재의 지위를 지키고 치부에만 급급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특히 갈리에누스 황제가 원로원의원을 병역에서 배제하는 법률을 제정하자 원로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결하여 국방의 의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지도층의 헌신과 봉사자리에 탐욕과 부정부패가 대신 자리하게 되자 평민들의 도덕적 규범도 급속히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유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권리에는 반드시 의무가 수반돼야 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경시하는 나라가 건전하게 돌아갈리 없다는 것을 오늘날에도 시사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말 바꾸기를 거듭하며 ‘성완종 리스트’를 부인하다 뒤늦게 사의를 표명했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다 총리취임 63일 만에 부정부패 굴레를 벗지 못하고 물러났다.‘성완종 리스트’에는 이 총리뿐만 아니라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오르내리며 국가 전체를 뒤 흔들고 있다. 국민들은 평민수준도 못되는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포기 한지 오래다. 그들만의 '도덕성'을 '도적성'과 구별하기도 힘들다. 지도층의 민낯은 역겹고 참담하다. 국민들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희망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질문에 답해줄 지도층은 정녕 없는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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