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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 서길원칼럼 “천정배 선택은 광주의 자주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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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2] 서길원칼럼 “천정배 선택은 광주의 자주선언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5.06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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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記者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이번 광주 서을의 선거결과는 졸(卒) 취급 당해온 주객의 자리를 바로잡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시민들의 자주선언에 다름 아니다. -광주 서을의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압도적 표차이로 눌러 당선된데 대해 말들이 많다.

대체로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의 폐쇄성과 독선.독식에 대한 반발이라거나 또는 새정치연합의 구태의연한 선거방식과 여당 못지 않는 지역 홀대에 대한 심판이라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당사자인 광주시민들도 내심 놀라고는 있다. 원하고 기대했던 일이지만 막상 희망이 현실로 나타난데 따른 놀람이다.

그러나 이번 광주 서을의 선거결과는 졸(卒) 취급 당해온 주객의 자리를 바로잡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시민들의 자주선언에 다름 아니다. 호남의 표로 먹고 살면서도 호남을 졸(卒)로 보는 행태와 그런 행태를 보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눈감고 ‘묻지마’ 투표를 해왔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새정치연합으로 부터는 ‘무시’를 당하고 새누리당은 ‘포기’하는 이중적 차별을 초래해온데 대한 가슴앓이를 그만 끝내고자 하는 자주선언이 이번 광주 서을의 표심이다.

일방적 지지로 지역의 3선의원이 수두룩하지만 타지역 초선의원만도 못한 위상이며, 정책도 대안도 없이 그저 정서에 기대어 여당심판만 부르짖는 무능이며, 선거때 이외에는 얼굴조차 볼 수 없는 희귀한 모습들이며, 그러면서도 조선시대 뒷짐진 양반걸음 걷는 듯한 거드름 등을 그만 보고 싶은 것이다.

‘존재감 없는 무력함과 능력에 반비례하는 오만함’에 대한 경고음은 오래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해 전남 순천.곡성의 재보선이다. 당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50% 이상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소선거구제로 국회의원을 뽑기 시작한 1988년 제 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광주.전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경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기득권을 훼손당한다고 여겨 못들은 척 해온 것이다. “힘들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냐, 아니면 어차피 다시 찍어 줄텐데 뭐하러 각성할 필요가 있느냐?”하는 선택에서 새정치연합은 한 치의 기득권도 내려놓고자 하지 않았다.

결국 사는 길이 아니라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도 그 길이 죽음의 길임도 모르는 어리석음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당시의 순천.곡성 재보선이 ‘이정현’의 선택으로 인물중심이었다면 이번 광주 서을의 선택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다시말해 유권자의 선택이 지난 해 순천.곡성에서는 ‘이정현의원이 좋아서’였다면 이번 광주 서을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싫어서’였다. ‘좋아서 하는 선택’과 ‘싫어서 하는 선택’의 차이를 새정치연합은 광주.전남의 국회의원 절반을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는 이제 새로운 선택으로 스스로 에게는 자주를, 정치권에게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양이는 쥐를 잘 잡으면 되지 색깔이 중요하지 않다’며 ‘흑묘백묘’론으로 중국 근대화의 기초를 다진 덩샤오핑의 말처럼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는 없느니 못하다.

정치권이 건전한 경쟁으로 상생하고 그리하여 국민이 우대받고 결국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이건, 지역이건 일당의 지배는 안된다는 각성이 새정치연합을 버리게 한 것이다.굳이 정치가 아니더라도 종의 다양성이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법이다.

한국의 정치 생태계가 더 건강한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아나야 한다. 일당의 정치가 지역을 지배할 경우 지역민은 영원한 졸(卒)일뿐이다. 때문에 광주 서을의 선택은 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됨의 자주선언이지만 시작일 뿐 아직은 미완성이다. 초록은 다름보다는 같음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광주의 무소속과 새정치연합은 초록이기에 그러하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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