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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동북아정세 외교역량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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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동북아정세 외교역량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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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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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 전승절 기념행사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에 참관키로 한 것과 관련, "(전승절) 행사의 성격과 의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의 열병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 한국에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70년 전에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행사로 그 성격과 의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고 또한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남북 긴장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자제를 요청한 것이 퍼레이드 참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위의) 3가지 요소를 감안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남중국해, 인권 문제나 중국의 불투명한 군비 확장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그 내용과 전승절 행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 등 일부 국가의 외교장관이나 일본·독일·영국 등에서 전직 총리가 참석한다며 "전 세계에서 지도급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을 참관키로 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우선 중국과 남북한 관계의 상징적 변화 측면에서 그동안 북-중 혈맹은 한-미 동맹 이상의 끈끈함과 역사성을 갖고 있어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박 대통령은 열병식에서 톈안먼 광장 성루 맨 앞줄의 시진핑 주석 옆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과거 이런 군사 퍼레이드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의 옆자리는 북한 차지였다. 중국 정부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외빈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앞서 가장 먼저 호명했다. 서방국가 정상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초대받은 국가 중 일본과 필리핀은 아예 정부 공식 대표단 파견마저 거부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 결정이 중국에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시 주석의 애칭인 '시다다'(習大大·시진핑 아저씨)에 빗대어 박 대통령을 '퍄오제'(朴姐·박근혜 누님)로 호칭하며 이번 참석을 반기고 있다. 우리 국방부도 기념행사에 군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반면 북한 측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하는 것 말고는 군대는 물론 참관단조차 파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을 꺼려왔다. 이 행사가 중국의 군사적 굴기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 견제를 위해 공조를 강화하는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참관을 결심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의 최대 경제파트너인 중국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엄중한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의 독자적 외교 입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레버리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보면 동북아 혼전이 과열될 때 우리가 미중간 중재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함께 중국의 최첨단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게 될 미국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중 동반자 관계의 격상 못지않게 한미 동맹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 또한 우리 외교 당국이 염두에 둬야할 중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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